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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만에 이름 찾은 영웅의 가족…유엔참전용사 36명, 다시 한국 땅 밟는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맞아 6개국 36명 재방한 초청 진행
부산을 향해 턴투워드…'20회' 맞은 추모의 날, 영웅들이 증명한 70년의 우정
'부산 재건 영웅' 위트컴 장군 종손·임진강 전투 전사자 유족 등 역사적 방한

70여 년 전 뿌려진 인류애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1954년 당시 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이었던 리차드 위트컴 장군이 부산의 보육시설인 '애린원'을 방문해 전쟁고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있는 모습. 이번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위트컴 장군의 종손이 방한하면서 세대를 넘은 특별한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됐다. 미 성조기(Stars and Stripes) 아카이브 제공
70여 년 전 뿌려진 인류애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1954년 당시 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이었던 리차드 위트컴 장군이 부산의 보육시설인 '애린원'을 방문해 전쟁고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있는 모습. 이번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위트컴 장군의 종손이 방한하면서 세대를 넘은 특별한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됐다. 미 성조기(Stars and Stripes) 아카이브 제공

[파이낸셜뉴스]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 땅의 전선으로 뛰어들었던 유엔참전용사와 그 유가족들이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11월 11일)'을 맞아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이번 재방한은 단순한 정례 초청 행사를 넘어,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맺어진 특별한 인연의 유산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보훈외교의 생생한 현장이 될 전망이다.

6일 국가보훈부는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6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 5명과 전사·실종장병 유족 21명 등 총 36명을 초청하는 재방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추모와 기억'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우리 군사 역사 및 부산의 전후 재건사와 깊은 결을 같이 하는 핵심 인물들의 유족이 대거 포함되어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방한 인사는 전후 이재민 구호와 부산 재건에 일생을 바쳐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리차드 위트컴(Richard Seabury WHITCOMB) 전 유엔군 부산 제2군수사령관(육군 준장)의 종손인 존 글래스(John Brewer GLASS)다. 위트컴 장군은 1953년 부산역 대화재 당시 군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군수물자를 풀어 이재민들에게 식량과 천막을 제공한 인물로, 현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종손의 이번 방한은 70년 전 뿌려진 인류애의 씨앗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적 상흔을 치유하는 특별한 의식도 마련된다. 지난 2024년 11월, 무명용사로 안장된 지 73년 만에 극적으로 신원이 확인되어 묘비 재헌정식을 가졌던 영국 글로스터셔 연대 소속 고(故) 도널드 노티(Donald NORTHEY) 하사의 며느리 린다 노티(Linda NORTHEY)가 방한한다. 노티 하사는 1951년 4월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름 없는 무덤에서 마침내 제 이름을 찾은 시아버지의 묘역을 마주할 유족의 참배는 이번 초청 행사의 가장 엄숙한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한 패트릭 앵지어 소령의 딸 프리실라 앵지어 역시 동행한다.

참전용사 중에는 매년 11월 11일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를 최초로 제안했던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 92세) 상병이 올해 20회 기념식을 맞아 한국 땅을 밟는다. 아울러 미군 유해 발굴과 실종자 수색을 전담하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켈리 맥키그(Kelly McKeague) 국장도 동행해 한미 안보 및 유해 발굴 협력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방한단 중 최고령자인 영국 육군 병장 출신의 윌리엄 월쉬(William James WALSH, 97세) 옹을 비롯해 호주 해군 호위함 머치슨호를 타고 한강 함포 교전에 참여했던 레지널드 월머(93세) 옹 등 노병들은 5박 6일간 부산 유엔평화기념관 환영행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서울 전쟁기념관 헌화 및 참배 일정을 소화한 뒤 13일 출국한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이뤄낸 눈부신 성장은 70여 년 전 국경을 넘어 달려온 유엔참전용사들의 고귀한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실"이라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특별한 우정과 연대의 역사를 미래 자산으로 계승하기 위해 보훈외교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0년 전 이름 모를 동방의 작은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영웅들과 그들의 유산은 이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글로벌 안보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대한민국과 함께 새로운 역사의 동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가 되면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대한민국 부산을 향해 전 세계가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지난 2020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재한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턴 투워드 부산)' 기념식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 비행을 펼치고 있는 모습.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최초 제안자인 빈센트 커트니 옹을 비롯한 영웅들과 유가족들이 대거 방한해 그 의미를 더했다. 부산광역시 제공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가 되면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대한민국 부산을 향해 전 세계가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지난 2020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재한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턴 투워드 부산)' 기념식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 비행을 펼치고 있는 모습.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최초 제안자인 빈센트 커트니 옹을 비롯한 영웅들과 유가족들이 대거 방한해 그 의미를 더했다. 부산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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