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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인 줄 알고 종양 제거했는데"…72세 남성 폐에서 나온 '3년 전 잃어버린 치아' [이상징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개월간 기침과 호흡기 감염 반복…항생제 치료에도 증상 재발
CT에서 오른쪽 폐 기관지 폐쇄 확인…내시경에 붉은 종양 포착
종양 조직 제거하자 드러난 하얀 물체…정체는 사람의 치아
3년 전 실신하면서 잃어버린 치아…기도로 들어가 염증 유발한 듯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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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수개월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고 호흡기 감염이 반복되던 70대 남성. 항생제를 쏟아부어도 그때뿐이었다. 정밀 검사 결과 기관지를 꽉 틀어막고 있는 붉은색 덩어리가 포착됐고, 의료진은 악성 폐암을 강하게 의심했다. 하지만 내시경을 통해 종양을 떼어낸 순간, 상상조차 못 한 하얗고 단단한 물체가 툭 떨어졌다. 3년 전 감쪽같이 사라졌던 남성의 '치아'였다.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이집트 기관지학 저널(The Egyptian Journal of Bronchology)'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성 엘리자베텐 병원 의료진이 보고한 기상천외한 이물질 흡인 증례가 실렸다.

72세 남성은 간헐적인 객담 동반 기침과 반복적인 하기도 감염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오른쪽 폐 아래쪽 기관지가 완전히 막혀 있었고 염증이 심했다. 이어진 기관지 내시경에서는 혈관이 붉게 얽힌 매끄러운 덩어리가 관찰됐다. 의료진은 신경내분비세포에서 발생하는 '기관지 카르시노이드 종양'을 의심하고 즉각 절제에 나섰다.

하지만 올가미와 냉동 탐침으로 붉은 조직을 떼어내던 중 기구에 잘 달라붙지 않는 하얗고 단단한 물체가 걸려 나왔다.

집게를 동원해 간신히 끄집어낸 물체의 정체는 사람의 '치아'였다. 암세포는 없었다. 치아가 3년 동안 폐 속에 박혀 있으면서 주변 조직을 자극해 만성 염증과 육아조직을 증식시켰고, 이것이 붉은 종양처럼 위장막을 쳤던 것이다.

수수께끼의 퍼즐은 환자의 과거 병력에서 풀렸다.

남성은 3년 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부러진 치아 하나가 사라졌던 것이다. 남성은 치아를 잃어버렸다고만 여겼지만, 실제로는 의식을 잃은 사이 기도로 넘어간 치아가 굵고 수직 구조인 오른쪽 기관지를 타고 폐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치아를 성공적으로 제거하자 꽉 막혔던 기관지 통로가 다시 뚫렸고, 지독했던 기침과 감염 증상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성인의 경우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더라도 의식을 잃은 상태이거나 틈이 남아있다면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며 "원인 모를 기침이나 폐렴이 반복된다면 과거 치아 손상이나 실신 등 이물질 흡입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분실인 줄 알았던 치아 하나가 3년 동안 내 폐를 갉아먹으며 '폐암' 흉내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 인체의 놀라운 적응력이 빚어낸 씁쓸하고도 아찔한 해프닝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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