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참패에 결국 물러난 '얼음 아가씨'…트럼프 첫 여성 비서실장 교체
공화당 패배 사흘 만에 와일스 퇴진…사실상 경질 관측
선거 전부터 교체설 확산…트럼프 신임 약화 정황도
행정부 내부 권력 다툼 의혹까지…후임은 강경파 밀러
[파이낸셜뉴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에 올랐던 수지 와일스(69)가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이끈 핵심 참모였지만 선거 패배 이후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교체 배경을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의 권력 다툼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와일스 비서실장이 '트럼프 정치조직(Trump Political Operation)'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해온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민주당에 내준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선거 이후 백악관과 내각을 통틀어 처음 단행된 인사 교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화를 주고 싶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를 두고 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인적 쇄신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와일스 실장의 교체 가능성은 선거 이전부터 거론됐다. 지난달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이 악화하면서 백악관과 행정부 내부에서 교체설이 확산했으며 후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일스 실장을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했다는 정황도 전해졌다. 특히 케이티 재커라이어를 백악관 대변인으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와일스 실장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스 실장이 2024년 대선 당시 영입했던 제임스 블레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크리스 라시비타를 둘러싼 비위 의혹도 갈등설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히면서 와일스 실장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와일스 실장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강조하며 교체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패배를 겪은 뒤 인사를 단행하면서 와일스 실장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와일스 실장과 정치 담당 참모진을 향해 선거 참패의 책임을 추궁했다고 보도했다. 교체 과정에서 행정부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 고문인 캘리 민스는 와일스 실장 교체 발표 직전 공개된 조 로건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행정부 내부 일부 인사들이 가족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고 주장하며 와일스 실장과 그의 딸을 지목했다.
민스는 와일스가 선거자금 확보를 위해 식품·제약업계의 로비를 수용하면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운동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결정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로비업체 콘티넨털 스트래티지에서 활동하는 와일스 실장의 딸 케이티가 관련 로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이는 민스 측의 주장으로 와일스 실장 측에서는 반대 세력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NYT에 따르면 와일스 실장 측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선거 전략의 실패를 와일스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와일스의 입지를 흔들기 위해 딸의 로비 활동과 관련한 정보 등이 유포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플로리다주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참모로 활동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뒤 조직을 정비하고 돌출 발언과 행동을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2024년 대선에서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일스 실장에게 '얼음 아가씨(Ice Maiden)'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와일스 실장은 최근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와일스 실장의 투병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치료를 미루지 않고 곧바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고 표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와일스 실장의 후임인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해온 핵심 참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대행 1명을 포함해 총 4명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기용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