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후폭풍에 원전 투자 불확실성 커져…100억달러 선지급 논란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전망에 전력 수요 위축 우려
대형 원전 8기 건설 추진…핵심 기자재 조달에 선급금 필요
산업부 "원전 건설로 전기료 인상 압력 완화 가능"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한미 원전 협력 사업에 투입될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선급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규모 원전 투자에 앞서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원전 사업에 투입되는 100억달러 규모의 선급금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를 미리 발주하기 위한 자금이다. 설계부터 제작, 납품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장주기 품목(Long Lead Items)을 사전에 확보해 공사 지연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주요 설비의 조달 기간은 원자로 용기 54개월, 증기발생기 57개월, 원자로 냉각재 펌프·모터 65개월에 달한다. 일부 기자재는 확보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발주가 늦어질 경우 전체 건설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1일 미국 본토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총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 가운데 60%인 1200억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전체 투자 계획 중 가장 큰 규모다.
양국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전(1.1GW급) 2기 착공을 시작으로 6개월 안에 한국형 APR1400 원전(1.4GW급) 2기와 미국형 원전 2기의 건설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AP1000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발표 당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원전 건설 대상 지역으로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켄터키주를 거론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사업 여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전력망 부담과 주민 전기요금 상승, 용수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로, 신규 원전의 주요 전력 수요처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규제로 위축될 경우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사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사업 여건을 재검토할 때까지 선급금 지급을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원전 투자 여건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따른 100억달러 규모의 선지급을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산업통상부는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반드시 원전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전력 공급 시설 확충 없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만 들어설 경우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등 대형 발전시설이 함께 건설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지역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줄이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 측이 중간선거 이후 원전 건설 후보지를 한국에 통보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입지가 확정되면 사업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기존 송전망과의 연계 가능성은 물론 빅테크 기업 등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할 안정적인 수요처가 확보되는지도 살펴 대응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