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기록 일본 도쿄로… 재일유족 신고·보상 상담도
5~9일 민단홀서 특별전… 7일 개막식
재일동포 등 100여명 참석해 기억 공유
제9차 추가신고 내년 2~7월 실시
보상금 신청기한 2029년 말까지 연장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록을 일본 사회에 알리는 국제 특별전에서 재일동포 희생자와 유족의 추가신고·보상 절차를 안내하는 상담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의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면서 해외 거주 피해자의 권리 회복까지 지원하는 자리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전날 일본 도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한국중앙회관 민단홀에서 '제주가 건넨 기억-제주4·3, 진실과 화해' 국제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전시는 지난 5일 시작돼 9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식에는 이혁 주일본대한민국대사와 오영석 민단 동경본부 단장, 정문길 민단 중앙본부 사무총장, 송영민·김성종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 부회장, 조동현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도쿄 회장 등 현지 관계자와 재일동포 1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에서는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수석부회장과 양성홍 제주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도쿄는 재일동포들이 제주4·3의 진실을 알리고 희생자를 추모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988년부터 현지에서 4·3 추모활동이 이어졌으며, 일본에 남은 증언과 기록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4·3의 기억을 보존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전시는 제주4·3의 발생과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과정을 사진·영상·문서로 소개한다. 특히 일본에서 이어진 추모활동과 재일동포 사회의 기록을 조명해 4·3의 역사를 국경을 사이에 둔 공동체의 경험으로 살펴보도록 구성했다.
제주4·3 기록물은 지난해 4월 '진실을 밝히다: 제주4·3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희생자·유족의 증언과 수형인 관련 기록,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활동, 정부 공식 조사보고서 등 모두 1만4673건이다.
유네스코는 국가폭력으로 억압됐던 기억을 되살리고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사회적 화해를 추진해 온 기록의 세계적 가치를 인정했다.
전시장에는 제주4·3 당시의 역사적 현장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제주4·3평화공원의 이름 없는 비석인 '백비'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입력한 4·3의 의미를 비석 모형에 투사하는 참여형 전시도 운영한다.
특별전에서는 일본 거주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 회복을 위한 행정 상담도 진행된다. 특히 2027년 2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실시되는 제9차 제주4·3 희생자·유족 추가신고 절차를 안내한다. 2023년 제8차 신고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추가신고다.
정부는 지난 9월 1일 시행된 제주4·3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고 기간을 새로 마련했다. 희생자 보상금 신청기한도 2026년 말에서 2029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했다.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과 혼인·입양 신고 관련 신청기한 역시 2028년 8월 31일까지 연장됐다. 해외 거주로 국내 행정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추가적인 권리구제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전시장 상담창구에서는 관련 제도와 신청 방법을 안내한다. 희생자·유족 인정과 보상금 지급은 별도의 신청 및 심사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개막식에는 지난해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던 일본 가수 가토 도키코도 함께했다. 그는 제주4·3 유적지를 둘러보며 느낀 소회를 담은 시를 발표해 참석자들과 기억을 나눴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영상 메시지에서 "4·3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시절에도 재일동포분들과 함께 지켜온 제주4·3의 기억이 기록으로 남아 세계기록유산이 됐다"며 "그 기억이 다음 세대의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힘이 되도록 제주도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혁 주일본대한민국대사도 제주4·3의 역사적 기록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재일동포 사회와 국제사회에 알리는 전시의 의미를 강조했다.
변영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추가신고와 보상 절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도쿄 특별전은 제주4·3 기록물의 국제적 확산과 재외 유족의 권리 회복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노력과 별개로 아직 신고하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들이 실제 국가의 인정과 보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남아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