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사케 명가도 뛰어들었다…너도나도 위스키 만드는 日
日위스키 수출액 15년 새 29배…증류소 127곳
사케·소주 업체도 해외시장 공략
내수 줄자 시음·관광·고급화 승부
"숙성에 15년…30년 내다봐야"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200년 넘게 사케를 빚어온 일본 기우치주조가 위스키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위스키 사업에 뛰어든 지 약 10년 만이다. 지난해 런던 스피리츠 컴피티션에서 수상한 '히노마루 위스키 고메'는 3년 숙성 제품으로 쌀과 맥아의 은은한 향을 인정받았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위스키에 도전하는 양조장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 높아진 일본 위스키의 인기를 발판으로 새 시장을 찾으려는 것이다. 다만 숙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열풍이 식은 뒤까지 버틸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위스키연구센터(JWRC)가 집계한 일본 내 위스키 증류소는 올해 4월 기준 127곳으로 역대 최다다. 가동 중인 시설과 개발·계획 단계를 포함해 2010년의 16배로 늘었다. 실제 가동 중인 곳은 101곳으로 세계 최대 위스키 수출국인 스코틀랜드의 약 160곳에 근접했다.
신규 업체 중에는 사케와 소주, 맥주 등 다른 술을 만들던 회사가 많다. 스즈키 다쿠미 노무라증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 기회를 찾으면서 진출을 결정한 기업이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해외 수요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출액은 약 490억엔(약 4219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2010년 17억엔(약 146억원)의 약 29배다.
기우치주조도 한국·태국·미국 등 약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연간 약 4억엔(약 34억원)인 위스키 매출을 향후 10년간 약 10억엔(약 86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차별화 수단은 지역 원료다. 기우치 도시유키 사장은 원료의 약 55%를 이바라키현산으로 조달하며 쌀과 밀 등 위스키에 흔히 쓰이지 않는 곡물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에도 전체 시장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인구 감소와 젊은 층의 음주 감소로 내수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시장 분석업체 IWSR은 2025~2035년 일본 위스키의 전체 판매량이 연평균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WSR의 루크 테그너 컨설팅 부문 책임자는 일본이 일본 위스키 전체 소비의 95%를 차지한다며 해외 성장만으로 내수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이 시음과 관광, 고급 제품에 힘을 쏟는 배경이다. 판매량 확대가 어려운 환경에서 소비자가 제품의 특징을 이해하고 더 높은 값을 내도록 하려는 것이다.
가능성은 여행객 시장에서 나타났다. IWSR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등 글로벌 여행 소매시장에서 일본 위스키 판매액은 44%, 판매량은 37% 늘었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여행객의 호기심, 고급 제품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기우치주조는 식당과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시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이바라키현에 관광객을 겨냥한 증류소도 열 계획이다. 산토리는 해외에서 야마자키·히비키 등 고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닛카위스키는 도쿄 아오야마의 대표 매장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 음료도 제공한다. 술을 적게 마시는 젊은 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사카모토 에이이치 닛카 마케팅 부문장은 "많이 마시기보다 좋은 술 한 잔과 기억에 남는 경험에 돈을 쓰는 20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업체의 더 큰 시험은 시간이다. 지금 수요를 보고 생산해도 숙성이 끝날 때는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 판매 전까지 원액과 재고를 유지할 자금도 필요하다.
기우치 사장은 사케와 와인 등의 인기가 10~15년 주기로 오르내린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입원이 없다면 장기간 판매할 재고를 유지할 자본이 있어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약 120곳인 증류소 중 장기적으로 30~60곳만 살아남는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류소를 여는 것보다 숙성 기간과 시장의 부침을 버티는 일이 어렵다는 뜻이다.
기우치 사장은 "위스키 숙성에 15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이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25~3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