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팔이 멋대로 움직여요"…33세 남성 검사했더니 심장에 '구멍' 있었다 [이상징후]
멀쩡하던 33세 남성, 갑자기 왼팔이 제멋대로 움직여
"내 팔이 아닌 것 같다"…2시간 동안 이어진 기이한 증상
뇌 MRI에서 여러 개의 뇌경색 발견…원인은 심장의 작은 통로?
희귀 '외계인 손 증후군' 진단…심장 시술 후 증상 사라져
[파이낸셜뉴스] 왼팔이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해도 팔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조종하는 것처럼, 내 팔이 내 신체의 일부가 아닌 듯한 섬뜩한 이질감에 휩싸였다.
평소 잔병치레 하나 없던 33세 남성을 공포에 몰아넣은 이 기이한 증상은 무려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단순히 팔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밀 검사 결과, 그의 뇌 곳곳에서는 뇌경색의 흔적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그 진짜 범인은 다름 아닌 '심장의 구멍'이었다.
최근 콜롬비아 대학병원 의료진은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를 통해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이라는 극희귀 신경학적 증상으로 발현된 뇌경색 및 선천적 심장 기형 증례를 보고했다.
33세 남성은 응급실을 찾기 보름 전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두 번째 발작은 2시간이나 지속되며 그를 병원으로 이끌었다.
의료진의 촉은 뇌를 향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신체의 움직임과 공간 인식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전두엽과 두정엽)에서 여러 개의 작은 허혈성 병변, 즉 '뇌경색'이 포착됐다. 뇌 혈류가 막히면서 운동 조절 회로가 망가졌고, 이로 인해 자신의 손이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는 '외계인 손 증후군'이 발생한 것이다.
진짜 미스터리는 그다음이었다. 고혈압이나 당뇨도 없는 33세 젊은 남성에게 왜 다발성 뇌경색이 왔을까.
혈관과 부정맥 등을 이 잡듯 뒤지던 의료진은 심장 초음파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 남성의 좌우 심방 사이에 닫히지 않은 작은 통로, '난원공개존증(Patent Foramen Ovale·PFO)'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태아 시절 엄마 뱃속에서 호흡을 돕던 이 통로는 출생 후 닫히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 구멍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으면 끔찍한 통로로 돌변할 수 있다. 정맥에서 생긴 피떡(혈전)이 이 구멍을 통과해버리면, 혈전을 걸러내는 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뇌혈관으로 직행해 뇌혈관을 막아버릴 수 있다. 의학계에선 이를 '기이색전증'이라 부른다. 의료진은 바로 이 기전이 남성의 뇌경색과 기이한 팔의 움직임을 유발했다고 결론지었다.
치료는 빠르고 명확했다. 가슴을 여는 대신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집어넣어 심장의 구멍을 막는 '경피적 폐쇄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항혈소판제 치료를 병행한 지 6개월, 남성을 짓누르던 외계인 손 증후군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그는 온전한 일상으로 복귀했다.
'외계인 손 증후군'은 영화적 상상력이 만든 허구가 아니라 뇌졸중 등이 부르는 명백한 신경학적 응급 신호다. 의료진은 갑자기 한쪽 팔다리가 멋대로 움직이거나 내 몸이 아닌 듯한 낯선 감각이 든다면, 단순한 근육 경련으로 치부하지 말고 즉시 뇌신경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한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