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무관의 한' 풀며 오열한 강민호… 투혼·희생·귀환이 빚은 삼성 V9 눈물의 서사
'22년 무관' 강민호, 허리 부여잡고 안방 지킨 투혼… 생애 첫 우승 반지에 오열
'불타는 허벅지' 구자욱, 타율 0.500 만장일치 MVP 맹폭… 캡틴의 자격 증명
최형우의 '왕의 귀환'과 원태인의 '살신성인'… 대구벌 수놓은 푸른 피의 드라마
[파이낸셜뉴스] 크리스 페덱이 던진 혼신의 마지막 공이 강민호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시간은 멈췄고 그라운드는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에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V9)을 달성하던 그 찬란한 순간,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한 네 남자의 눈물 속에는 저마다의 깊고 진한 드라마가 녹아있었다.
가장 먼저 눈물을 쏟은 이는 단연 베테랑 안방마님 강민호(41)였다. 2004년 데뷔 후 22년 동안 통산 최다 출전 기록을 비롯해 숱한 대기록을 썼지만, 유독 우승 반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무관의 제왕'.
허리 통증으로 방망이를 제대로 돌릴 수조차 없었지만, 그는 플레이오프 5경기와 한국시리즈 내내 마스크를 쓰고 투수진을 묵묵히 이끌었다. 5차전 5회 1사 만루, 스윙조차 버거워 어정쩡하게 갖다 댄 타구가 상대 2루수 송구 실책으로 연결되며 주자 2명이 홈을 밟자, 그는 마치 우승을 직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방망이는 침묵했을지 몰라도, 투수들은 그의 노련한 미트 질에 의지해 위기를 헤쳐나갔다. 22년 만에 낀 첫 우승 반지 앞에서 백전노장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캡틴' 구자욱(33)의 눈물은 처절한 핏빛 투혼의 결실이었다. 2012년 입단 후 2015년 1군 무대에 섰지만, 팀의 암흑기와 맞물려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지 못했던 그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조차 불투명했지만, 주장의 책임감은 그를 그라운드로 이끌었다. 수비조차 불가능한 몸 상태로 지명타자로 나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폭격하며 벤치와 타선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5차전 동점 적시타와 역전 결승 득점까지 자신의 발로 만들어낸 구자욱은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급 지지를 받며 생애 첫 우승 반지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최고령 현역' 최형우(43)의 눈물은 화려한 '왕의 귀환'을 의미했다. 2011~2014년 삼성 왕조의 4연패를 이끌고 2017년 KIA 타이거즈로 떠났던 그가 9년 만에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고 대구로 돌아왔다. 체력적 한계에도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좌익수 수비까지 소화한 그는 친정팀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른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찬스마다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12년 전 왕조의 마지막 퍼즐을 완벽하게 다시 맞췄다.
마지막 눈물의 주인공은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6)이었다. 플레이오프 직전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 속에서, 선발 에이스인 그가 주저 없이 불펜행을 자처했다. 오직 팀 승리를 위해 낯선 불펜의 중압감을 견뎌낸 그는, 선발진 재정비가 필요해진 5차전에서 다시 중책을 맡아 5이닝 1실점 5탈삼진 역투로 팀 우승을 확정 짓는 승리 투수가 됐다. 보직을 가리지 않은 그의 살신성인은 12년 만의 대관식을 가장 빛나게 장식한 에이스의 희생이었다.
22년의 인고, 불타는 허벅지, 왕의 귀환, 에이스의 희생이 빚어낸 12년 만의 통산 9번째 우승. 대구벌의 밤하늘을 수놓은 사자 군단의 푸른 눈물은 2026년 KBO리그가 남긴 가장 아름답고 여운 짙은 가을 전설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