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끝났다… 야구 V9 기폭제로 일제히 깨어난 '초일류' 삼성 스포츠단
라이온즈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제패… 짠돌이 오명 씻은 과감한 결단이 만든 반란
수원 삼성 3년 만에 1부 승격·농구 썬더스 개막 9연승 1위… 멈췄던 심장 다시 뛴다
투자 축소 '제일기획 시대'의 길었던 암흑기 종식… 명가 부활 알리는 전 종목 동반 비상
[파이낸셜뉴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마침내 빠져나왔다.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정상을 탈환하면서, 길었던 '제일기획 시대'의 암흑기를 견뎌낸 삼성 스포츠단 전체가 완벽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1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대망의 9번째 우승(V9)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 2위로 출발해 객관적 전력의 열세라는 박한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은 완벽한 '업셋' 우승이다.
이들의 우승은 단순한 야구단의 쾌거를 넘어, 삼성 스포츠단 전체를 짓누르던 '잃어버린 10년'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KBO리그의 절대 왕조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그룹의 스포츠단 투자 축소 기조에 따라 전 프로 스포츠 구단이 주력 계열사에서 광고 마케팅 회사인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며 사정은 급변했다.
비용 효율과 수익성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면서 과거 스포츠 산업을 주도하던 통 큰 씀씀이는 자취를 감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정농단 사태까지 맞물리며 그룹 차원의 스포츠 지원은 더욱 위축됐다. 이 여파로 야구(라이온즈), 축구(수원 삼성 블루윙즈), 농구(서울 삼성 썬더스), 배구(삼성화재 블루팡스) 등 과거 리그를 호령하던 명가들은 일제히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며 하위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삼성 라이온즈는 과감한 핀포인트 투자로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32승에 빛나는 크리스 페덱을 전격 영입하고, 부족한 좌타 라인의 파괴력을 채우기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최형우를 9년 만에 복귀시키는 등 막힌 혈을 뚫는 과감한 결단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야구단의 우승 축포는 삼성 스포츠단 전체의 환골탈태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 됐다.
K리그 최고의 지략가 이정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은 2부 리그 추락이라는 굴욕을 씻어내고 3년 만인 8일 K리그1 복귀를 확정 지었다.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남자 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역시 김상식 감독 체제로 개편된 뒤, 개막 9연승이라는 KBL 신기록을 작성하며 단독 선두(10승 2패)를 질주하는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명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남자 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도 8년 연속 '봄 배구' 진출 좌절이라는 흑역사를 뒤로한 채, 2026-2027시즌 초반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뽐내며 명가 재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효율에 갇혀 침체기를 겪어야 했던 삼성 스포츠단. 하지만 사자 군단의 포효를 시작으로 과거 대한민국 스포츠를 호령했던 '초일류 명가'의 거대한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