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6번, 감독으로 1번' 우승 복을 타고난 사람… 삼성 V9 이끈 박진만 감독의 위대한 서사
선수 시절 KS 우승 반지 6개 수집한 명유격수, 감독으로 12년 만에 친정팀 V9 달성
권위 버린 '소통 리더십'과 최소 실책 1위 이끈 '수비 야구'의 완벽한 조화
에이스 원태인 보직 변경 등 과감한 단기전 승부사 기질 빛났다
[파이낸셜뉴스]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방심은 없다."
하루 전 내뱉은 출사표는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 직후 비장하게 남긴 사령탑의 굳은 결의는 불과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쏠(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대파하며 12년 만에 대망의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V9)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선수 시절 '우승 청부사'로 군림했던 박진만(49) 감독의 탁월한 소통 리더십과 냉철한 승부사 기질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박진만 감독의 야구 인생은 곧 우승의 역사다.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민 유격수'로 활약하며 무려 6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수집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 후 4차례(1998, 2000, 2003, 2004) 우승을 이끌었고, 2005년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자마자 2005~2006년 통합 2연패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특히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빼어난 공수 활약으로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흐른 2026년. 선수로서 '삼성 왕조'의 기틀을 닦았던 그는 이제 사령탑이 되어 친정팀을 12년 만의 정상으로 이끌었다. 선수 시절 현대와 삼성에 몰고 다녔던 '우승의 기운'을 대구벌에 다시 불러들인 셈이다.
지도자로서의 발자취도 탄탄했다. 2016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7년 삼성으로 복귀했다. 2군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1군 수비·작전 코치를 두루 거치며 삼성 선수단을 세밀하게 파악했고, 2022년 퓨처스 감독을 거쳐 1군 사령탑(당시 대행)에 올랐다.
감독 부임 후 그가 심은 첫 번째 철학은 '소통과 수비'였다. 특유의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분위기를 추슬렀고, 현역 시절 전공을 살려 '수비 야구'를 삼성에 완벽하게 이식했다. 그 결과 삼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 최소 실책 1위(85개), 수비율 1위(0.984)라는 탄탄한 공수 밸런스를 구축했다.
단기전에서는 매서운 승부사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부드러운 리더십 이면에 감춰둔 과감한 결단력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빛을 발했다. 플레이오프 직전 마무리 김재윤의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 에이스 원태인을 불펜으로 전향시키는 초강수를 둬 뒷문 불안을 잠재웠다.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다시 원태인을 선발로 복귀시키는 유연한 마운드 운용으로 KT를 압도했다. 젊은 투수 장찬희를 대체 선발로 내세워 승리를 낚은 4차전 용병술은 시리즈의 명운을 가른 결정적 패였다.
베테랑의 솔선수범과 신진급 선수들의 활력이 어우러진 '원팀'을 완성한 박진만 감독. 선수로 6번, 그리고 사령탑으로 첫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그가 삼성 왕조 재건의 위대한 서사를 완성하며 KBO리그 명장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