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구독에 매달 수천만원 쓰는 로펌들 "최종 검토는 직접"
대형로펌, AI 활용 적극권장 추세
서면초안 작성·판례 검색 등 효율
"오류 가려내는 일은 법률가 책임"
"부장판사(재판장)만 법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많이 사용하세요."
국내 대형로펌들이 소장과 준비서면 등 법원 제출 서류 작성에 AI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I가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법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일부 재판부가 AI로 작성한 서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제출 전 검토 절차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대형로펌들은 소속 변호사들에게 AI를 활용한 법률 문서 작성과 자료 검토를 권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I가 입사 3~5년 차 변호사 수준의 업무 일부를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대형로펌은 AI 관련 서비스 이용 등에 매달 2000만~300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로펌 한 파트너변호사는 "매달 수천만원 들여 로펌이 AI 사용료를 낸다는 건, AI가 이미 변호사의 능력을 앞섰거나 동등하다는 것"이라며 "변호사가 최종 검토만 잘한다면 AI 활용은 너무 좋은 법조계의 선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의 완성도와 재판부의 인식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법관들은 기존의 법률 문서 작성 방식을 선호하고, AI를 활용한 흔적이 드러나거나 충분한 검토 없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서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로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면의 신뢰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형로펌들은 AI 활용을 장려하면서도 법원 제출 전, 선배 변호사들이 서면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이른바 '데스킹'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AI가 작성한 문장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고, 재판부가 문제 삼을 만한 법적 논리 부분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서다. 일부 로펌 내부에서는 재판부의 성향까지 고려해 서면을 완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부장판사들을 뚫어라'라는 주문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로펌 한 대표 변호사는 AI 활용과 관련해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변호사에게 있다"며 "중요한 것은 AI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AI 결과물의 오류를 가려내 법률가의 책임 있는 판단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법률 문서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지만, 법률적 판단과 서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일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