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외면 안 해"…국악계 성폭력 근절 공동성명 하루 만에 1900명 동참
'전통공연예술인 긴급행동' 7일 성명 발표…21일까지 연서명 진행
"개인 일탈 아닌 도제식 교육·위계 구조 등 폐쇄적 관행이 낳은 비극" 자성
가해자 엄벌·국악계 구조적 반성·문체부 차원의 실태조사 등 3대 대책 촉구
[파이낸셜뉴스] 최근 국악계 내부에서 잇따라 불거진 성폭력 사태를 두고, 고질적인 폐단을 뿌리 뽑고 근본적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예술계의 연대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8일 '전통공연예술인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발표한 '국악계 성폭력 문제에 관한 공동성명'에 하루 만인 8일 오전 기준 1900명이 넘는 인원이 연서명에 동참했다. 강은일·김경아 교수, 박민희 연주자, 백소망 비평가 등 전문 예술인 30명이 발의자로 나선 이번 성명에는 국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학계, 기획자, 연출가 등 사회 각계각층이 뜻을 모았다. 연서명은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긴급행동은 성명을 통해 "크고 작은 성폭력 문제를 끊임없이 목도해 왔으나, 단 한 번도 가해자에 맞서고 피해자와 연대한 경험이 없다"라고 고백하며 "피해를 말할 수 없게 만든 폐쇄적인 문화에는 국악계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에서 더 이상 국악을 가르치고 배울 수 없다"라고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들은 일련의 성폭력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제 관계를 바탕으로 한 도제식 교육과 입시·채용·추천 등을 좌우하는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긴급행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소속 기관과 학교 측에 성폭력 가해에 대한 엄정한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피해 접수 시 신속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실효성 있는 징계와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악계 내부의 뼈저린 반성이다. 입시와 섭외 등의 권한을 쥔 심사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셋째,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 당국, 국공립기관을 향한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개인 레슨·국공립단체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실태조사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을 거치지 않는 독립적인 신고·상담 창구 개설 △조사 과정 내 이해관계자 배제 △미성년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촉구했다.
긴급행동 측은 "피해자가 밖으로 나서기 전에도 위험을 발견할 수 있는 상시적 보호 체계가 시급하다"라며 "향후 지속적인 공론화와 포럼, 정책 제언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