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자들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 추세인 이유를 지구 온난화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진행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정상회의 당시 지구온난화 관련 시위 현장. 2023.05.02. /ⓒ사진 샤름알셰이크=AP/뉴시스
국립기상과학원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엘니뇨는 '적도 열대태평양지역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몇 달 동안 적도 부근의 태평양이 따뜻해지는 것인데요. 바다가 따뜻해지면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올라 기상이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엘니뇨는 몇 년을 주기로 나타나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엘니뇨와 엘니뇨 반대 성격을 가진 라니뇨가 교차로 나타나며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엘니뇨가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세력 역시 전에 비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됩니다. 엘니뇨의 빈도와 세력이 커질수록 지구 곳곳에는 홍수나 가뭄,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가 나타납니다.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0.5℃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니뇨가 발생한 달로 본다. 그래픽은 기상청에서 발행한 <2016 엘니뇨 백서>의 평상시와 엘니뇨 시기의 해양·대기 상태를 비교한 모식도다. ⓒ그래픽 기상청
엘니뇨는 봄~여름 사이에 발생합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꾸준하게 세력을 키우다 이듬해 봄~여름이 되면 소멸합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해류를 만드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나타납니다. 무역풍이 강해지거나 약해져 해류가 일정하지 못하면 바다 표면에 열이 많이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엘니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역풍'과 무역풍으로 인한 해류를 알아야 합니다. 무역풍은 아열대지방의 바람으로 북반구, 남반구의 중위도에서 적도를 향해 일 년 내내 일정하게 부는 바람입니다. 북반구 무역풍은 북동쪽으로 방향이 쏠려있어 '북동무역풍' 남반구 무역풍은 '남동무역풍'이라고 합니다.
두 바람은 적도를 두고 반대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적도 부근의 바다에는 바람 방향으로 해류가 생깁니다. 해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바다 표면의 물이 이동하고 깊은 바다의 물이 용승하는데, 깊은 바다의 물은 온도가 낮기 때문에 적도 주변 바다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무역풍의 세기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할 때 생깁니다. 무역풍이 약하면 깊은 바다의 차가운 물이 상승하는 힘이 약해져 바다 표면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무역풍이 강하면 바다 표면의 따뜻한 물이 동서로 퍼져 바다 표면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엘니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EP엘니뇨와 CP엘니뇨 입니다. EP엘니뇨의 EP는 Eastern Pacific, 동태평양을 의미하고 CP엘니뇨의 CP는 Central Pacific, 중태평양을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동태평양에서 나타나는 EP엘니뇨를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기상청에서 발행한 <2016 엘니뇨 백서>에 의하면 중태평양의 CP엘니뇨의 발생 빈도가 늘어 CP엘니뇨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태평양에서 나타나는 EP엘니뇨는 바다의 상층에 열이 많이 저장되고 무역풍이 약해 깊은 바다의 물이 상승하는 힘이 약해질 때 나타납니다. EP엘니뇨 주기는 3~7년으로 비교적 깁니다. 반면 중태평양의 CP엘니뇨는 바다 상층에 열은 적지만 무역풍이 강하게 불 때 나타나며 2~3년 주기를 보입니다.
엘니뇨가 기승을 부리는 해에는 우리나라 날씨에도 변화가 생긴다. 여름에는 한반도 남부, 가을에는 북동부, 겨울에는 한반도 전역에 강수가 늘어난다. ⓒ사진 jack b on Unsplash
엘니뇨는 우리나라에서 먼 태평양, 특히 열대 태평양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 있습니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의 자료에 따르면 엘니뇨가 발달하는 해의 7~8월에는 우리나라 남부에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엘니뇨는 겨울까지 점차 세력을 확장하는데, 겨울로 가는 길목인 가을이 되면 한반도 북동쪽에 강수가 증가하고 엘니뇨의 세력이 최대가 되는 11~12월에는 한반도 전역에 강수가 많아집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엘니뇨가 발달한 1982년, 1997년, 2015년 11월에는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평년 대비 2배 이상의 비가 내렸습니다.
엘니뇨가 발달한 해에는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몇몇 나라에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나타납니다. 유라시아 중동부, 북미의 서북부, 아프리카 남서부, 호주 서부, 남미 북부가 모두 엘니뇨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강수는 지역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입니다. 서태평양과 중태평양 부근에서는 증가하지만 인도네시아, 호주 북부에서는 오히려 평년 대비 감소합니다. 강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나라는 홍수,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겨울는 비교적 온화한 기온을 보입니다.
엘니뇨로 폭우가 지속되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자연재해로 이민자는 물론이고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Alexey Fedenkov on Unsplash
엘니뇨로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에 수증기가 많아져 비가 많이 내리고 태풍이 자주, 크게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엘니뇨 중에서도 더 무서운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슈퍼엘니뇨'입니다. 엘니뇨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0.5℃ 이상 5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이 엘니뇨라면 슈퍼엘니뇨는 같은 기간 해수면의 온도가 2℃ 이상 차이날 때를 지칭합니다.
2015년 국무총리실과 국민안전처, 기상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 발행한 <2015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발행일 기준으로 1950년 이래 역대 2위 안에 드는 엘니뇨가 발생했으며 이 엘니뇨를 슈퍼엘니뇨로 보고 있습니다. 11월 엘니뇨 감시 구역에서 측정한 해수면의 온도는 평년보다 무려 3.1℃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4년 6월에 발달하기 시작한 엘니뇨는 2015년 겨울까지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슈퍼엘니뇨가 나타난 2015년에는 세계 곳곳에 태풍과 폭염, 호우, 산사태, 열대성 저기압 등의 기상이변이 나타났습니다. 2015년 5월 인도 남부에서는 폭염으로 최고 기온이 48℃까지 치솟아 22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6월에는 파키스탄 남부에 45℃ 폭염이 덥쳐 1233명이 사망했고 6만 5천여 명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7월 일본은 38.5℃의 폭염으로 870여 명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고 3명이 사망했습니다. 같은 달 중국에서도 42.2℃에 달하는 폭염으로 3명이 숨졌습니다.
엘니뇨는 비를 많이 뿌려 홍수와 산사태, 태풍의 세력도 확장합니다. 2015년 4월에는 칠레에 홍수와 산사태가 나타나 26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2만 6천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2015년 7월 베트남에는 40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3일간 이어진 폭우는 무려 828mm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산사태를 유발하고 14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2023년 5월 4등급 '슈퍼 태풍' 마와르가 태평양의 미국령 괌을 휩쓸었다. 이번 태풍으로 괌에는 단전·단수가 이어져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23.05.26 ⓒ사진 투몬 만[미국] AFP=연합뉴스
최근 괌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마와르'. 마와르는 역대 5월에 발생한 태풍 중 세 번째로 강력했습니다. 마와르의 최전성기 풍력은 초속 58m로 슈퍼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절망적인 것은 올해 마와르와 같이 위협적인 태풍이 더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엘니뇨가 본격화해 동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고, 대기에 태풍의 동력이 될 수증기가 많아지면 태풍 경로가 길어지고 세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한 엘니뇨가 발생하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 태풍의 발생 지점이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통상적인 태풍에 비해 동쪽에서 발생한 태풍은 더 긴 거리를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따듯한 바다의 수증기를 더 많이 빨아들이면 태풍의 위력이 더 커집니다.
세계 설탕 가격이 최근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설탕 판매 매대. 2023.02.08. ⓒ사진 뉴시스
2023년 4월 20일 연합뉴스의 보도 <국제 설탕값 11년 사이 최고치…기상이변으로 더 오를 수도>
에 따르면 지난 3월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약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탕 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설탕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불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 2대 생산국 인도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에서는 비로 인해 수확이 지연되고, 인도에서는 이상강우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생산량이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역시 올해 5~6월에 엘니뇨가 형성될 가능성이 62%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인도의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엘니뇨는 비단 설탕 뿐만 아니라 밀가루, 쌀과 같이 주요 곡물 가격의 작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밀가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지만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만 해도 엘니뇨로 인해 수확에 차질이 생길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국제>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은 환경을 위한 활동 중 하나다. 플로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사진 Dana Sarsenbekova on Unsplash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면 엘니뇨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엘니뇨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더 자주 나타나며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해 수증기가 많아질수록 위력이 강해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냉난방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근절하면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도움이 됩니다. 덜 사고, 덜 쓰는 것은 이미 사용한 것을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것 보다 탄소 절감에 도움이 됩니다. 이미 구매한 제품이나 폐기를 앞둔 물품들은 분리수거와 재활용 수칙을 엄격하게 지켜 처리해주세요.
'리사이클링'을 생활화하면 분리수거와 재활용보다 더 나아간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플로깅'과 같이 환경 보호 활동은 어떤가요? 나부터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조금씩 늦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