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총정리] 김진태 강원지사의 디폴트부터, 증권·건설사 도미노 부도 공포까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대혼돈.. 자금시장 급경색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시 하중도에 건설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입니다.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맺으며 시작됐죠. 처음엔 춘천시 의암호에 건설하기로 하였으나 건설 부지에서 청동시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엘엘개발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죠.

지지부진하던 개발사업은 2017년 문화재청이 유적보존을 조건부로 사업을 허가하면서 물꼬를 틉니다. 엘엘개발도 사명을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변경하면서 본궤도에 오릅니다. 2018년 강원도와 멀린사가 총괄개발협약을 맺습니다. 멀린사가 2200억원, GJC가 800억원을 투자하여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됩니다. 그러나 GJC가 투자 후 받기로 한 수익은 도의회에는 30.8%로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3%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강원도 소유의 부지를 레고랜드가 50년간 무상임대하는 형식의 계약으로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강원도는 자금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합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부도를 선언한 바로 그 어음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강원도에는 일자리와 경제활성화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레고랜드는 올해 5월 5일 개장했습니다. 연간 예상 방문객 200만명, 59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기대하면서요. 그러나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방문객수는 70만명에 그칩니다. 내년 1월부터 3개월간은 동절기 휴장에 들어가고요. 10년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레고랜드의 6개월 성적표 입니다.
#레고랜드 #김진태강원지사 #글로벌테마파크 #강원중도개발공사 #아이원제일차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9월 29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돌발 선언을 합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합니다. 강원도는 GJC의 지분을 44%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섭니다. 19개 법인 고객이 증권사 10곳과 자산운용사 1곳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ABCP를 발행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는 9월말 만기를 앞두고 차환 발행 대신 기초자산인 GJC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하다고 기관들에 통보합니다. 결국 10월 5일 최종부도 처리 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보증을 선 ABCP에 대해 채무 미이행을 선언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 지사는 이때까지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합니다.
#김진태강원도지사 #레고랜드사태 #유동화증권(ABCP) #아이원제일차 #채무불이행 #레고랜드부도

채권시장은 9월부터 이미 살얼음판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인 미국은 고강도 통화긴축에 나섭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달러화 가치가 치솟았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가 급락했죠. 한미 금리격차를 우려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금융시장 안팎에선 우리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 가는 위기국면이라는 우려가 번졌습니다. 곧바로 영향을 받은 건 기업들의 자금조달입니다. 채권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과 유통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진 상태였습니다.
#금리인상 #채권시장 #인플레이션 #미국통화긴축 #자이언트스텝 #글로벌금융위기 #신용경색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에 채권시장은 대혼돈에 빠집니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에 이르면서 '채권=안전자산'이란 시장의 공식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지방정부가 담보한 채권도 떼일 수 있다는 사례가 되자 ABC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자금조달 창구는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2000억짜리 부도사태에 3000조 채권시장이 송두리째 위기를 맞게 된 셈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연고점을 돌파하죠. 2011년 이후 최고수준입니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됩니다. 특히 건설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며 건설사와 증권사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게 됩니다.

회사채 시장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초우량 공채로 평가받는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의 채권 발행이 흥행에 실패합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년 만기 회사채 2천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칩니다. 발행 금리는 5.9%로 6%대에 육박했죠. 이는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한전채 미달사태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공포를 키웠습니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도 후폭풍이 불어닥칩니다. '이제 지자체도 못 믿는다'는 불신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압박받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 상황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10월 27일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습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답니다.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됩니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발행금리도 치솟았죠. 강동구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 물량은 현대·롯데·대우건설이 대출채권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지만, 연 12% 금리에 발행합니다. 이는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3배에 이릅니다.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유찰 사례가 나오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대규모 개발 사업의 차질 또한 불가피해집니다.
#채권금리 #국고채금리 #한전채미달사채 #부동산경기침체 #부동산PF #발행금리 #레고랜드부도

2000억 레고랜드 부도사태에 '50조 혈세' 투입

강원도의 디폴트선언 3주가 지난 10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화에 나섭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상황에 대해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치적 접근을 경계하는 답변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틀 뒤, 정부는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합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입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모든 지자체가 매입 보증을 확약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여러 정보를 잘 챙기고 있다면서 "몇 가지 이슈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시장교란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있다"며 가짜뉴스를 경고합니다.
#강원도채무불이행 #레고랜드사태 #추경호경제부총리 #자금경색 #50조원유동성 #부동산PF

레고랜드 사태 진화를 위해 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에도 채권시장 불안은 꺼지지 않습니다. 시장은 당장 숨통만 틔울 단기처방이라며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에 눈초리를 보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금융당국은 뭐했냐는 질타가 나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0월 24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강원도에서 이런 상황이 날 줄은 몰랐다"면서 "우리와 협의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힙니다. 강원도가 이런 파장을 예상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지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데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이죠.

신용평가사도 제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부도 처리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부여된 신용등급은 A1으로 기업어음 신용평가 등급체계상 가장 우량한 등급입니다. 신용평사가들은 ABCP 상환불능 상태가 된 9월 30일 신용등급을 'C'로 하향조정합니다. 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절차 신청 방침이 나온 뒤라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ABCP를 발행하기 전부터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등급평가를 거절하는 신평사들이 있었습니다. 레고랜드를 개발하는 10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자금조달에도 난항을 겪었었죠. 그럼에도 A1 등급을 매긴 건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었죠.
#레고랜드사태 #50조유동성공급 #김주현금융위원장 #지급보증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김진태 강원지사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보증 채무를 계약대로 이행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섭니다. 김 지사는 10월 6일 "대출 채무를 갚아나가겠으니 금융권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합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권·건설사의 연쇄부도설까지 번집니다.

베트남으로 출장 갔던 김 지사가 10월 27일 급거 귀국하여 또 한번 유감 표명을 합니다. 김 지사는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데에는 "조금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레고랜드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게 타격을 입혀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었다. 정치적으로 공격해서 저한테 득이 될 게 없다"고 답합니다. 김 지사도 사태가 이렇게 커진데 대해 당혹해 합니다.
#레고랜드사태 #김진태강원도지사 #보증채무 #연쇄부도설 #부동산PF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깊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태 지사에서 '경제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경알못' 프레임을 씌웁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부도처리 한데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며 추궁합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실책이라고 반격하죠. '보증을 선게 잘못 vs 배째라 팽게친게 잘못' 누구 책임이 더 크냐는 겁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민주당은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비판합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후에야 늑장 대책, 뒷북 대책, 찔끔 대책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에 과연 경제위기 극복 의지나 있기는 한 것이냐"고 책임을 돌립니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국민의힘도 반격합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채권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 시발점은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고 말이죠. 당시 최문순 지사 시절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원 채무에 보증을 섰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레고랜드사태 #김진태 #최문순 #채권시장 #자금경색 #경알못 #지급보증 #레고랜드책임공방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시한폭탄.. 도미노 부도 공포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지목된 부동산 PF 시장은 최근 수년간 몸집을 불린 상태입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112조원에 달하고 PF유동화증권 등을 합치면 150조원대로 추산됩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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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시선은 제2금융권에 쏠립니다. 제2금융권은 사업인허가 전 단계에서 시행된 뒤 추후 본 PF 대출을 통해 상환되는 '브릿지론'의 취급 비중이 큰데, 올해 하반기 이후 전 금융권에서 PF 실행을 중단하면서 브릿지론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관련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228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고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부실채권비율 역시 6월 말 0.33%로 작년 말(0.07%)보다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직접 매입 해야 합니다. 아직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 신용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제2금융권위기 #부동산PF #레고랜드사태 #PF대출부실화 #증권사신용위험 #건설사부도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권사들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자금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금리를 두 배 높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발행으로 연명하면서 돈이 될만한 자산부터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전문가들은 자금 경색이 계속되면 연내 중소형 건설사 부도에 이어 중소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지방 PF를 취급한 중소형 증권사부터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거죠.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모니터링 익스포저(분양형 부동산 익스포저 중 손실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비율이 높은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26%), 하이투자증권(26%), 교보증권(21%) 등 순입니다.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증권사들은 만기 PF채권을 담보로 ABCP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왔는데, 투자심리 악화로 차환이 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속출했죠. 한국투자증권은 10월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습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죠. 교보증권은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고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자금으로 막았습니다.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에 건설, 증권 관련 투자심리는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했죠. "○○증권사 매물로 나왔다"는 짜라시들이 시장에 유포되면서 언급된 증권사와 건설사뿐만 아니라 업종 전체가 주가 급락 등 피해를 봅니다. 금융감독원은 10월 20일 한국거래소와 등과 합동 단속반을 꾸리고 악성 루머 유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에 나섭니다. 정보지의 이런 매각 소식은 아직까지는 가짜뉴스지만, 곧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는 연말을 앞두고 인원감축 등 몸집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부동산PF유동화증권 #증권사구조조정 #기업어음(CP) #중소형증권사 #부도설 #인원감축

건설사들은 최악의 시련을 맞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잘 나가던 분양시장마저 고꾸라집니다. 여기에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혀버린 거죠.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PF가 하반기부터 올스톱되면서 신규 사업 중단사태가 속출 합니다.

한 부동산 시행사는 서울에서 토지 매입을 추진하다가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실상 '땅작업'을 중단합니다. 연초에 3.5%였던 증권사 PF 대출금리가 지금 선순위 대출은 10%, 후순위 대출은 20%까지 치솟았는데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또다른 시행사는 대구에서 준비하던 신규 분양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대구지역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건설업계는 PF 부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우려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PF 대출은 막혔고, 공사비는 최근 20∼30%씩 상승한 상태여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중소형 시행사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정부가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휘청거리긴 마찬가지 입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의 롯데건설이 자금난을 겪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의 분양이 늦어지면서 우발채무가 발생한 탓이죠.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10월 18일 유상증자 2천억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계열사들에게 차입을 받습니다. 롯데캐피탈에서 5000억원,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 등 롯데건설은 한 달 만에 현금자산만 1조1000억원에 끌어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룹사의 손을 빌릴 수 있는 롯데건설의 부도 가능성은 적다고 보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진짜 '돈맥경화'의 위험은 작은 규모의 '나홀로' 건설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이런 우려는 11월 들어 더 현실화 됩니다. 일부 중견 건설사는 자금난이 심화하며 부도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집값 하락으로 신규 분양률이 저조하고, 입주율까지 떨어지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진 때문이죠. 시행사, 건설회사,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부터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부동사PF #건설사부도 #PF대출 #롯데건설자금난 #둔촌주공재건축 #미분양

레고랜드 부도사태로 인해 정부가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채안펀드로는 한계가 있다는거죠. 이들은 한은의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은 발권력 등을 동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위기 때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합니다. 정부와 한은이 특정 금융사를 분별없이 구제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초저금리시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건설사·사업시행사와 금융회사는 부동산 PF 대출·보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자 정부·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현재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현재 지금의 위기가 제1금융권이나 고용시장으로 전이될 이슈는 아니라는 판단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결국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금융·부동산 시장의 불똥이 경제 전반으로 번기지 전에 말입니다.
#레고랜드사태 #PF대출보증 #부동산시장위기 #채안펀드 #한은발권력 #금융사도덕적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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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마중물 역할 기대" "단기처방 그쳐 시장불안 지속" ['50조 유동성' 시장 숨통 트나]

"채권시장 마중물 역할 기대" "단기처방 그쳐 시장불안 지속" ['50조 유동성' 시장 숨통 트나]

정부가 지난 23일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3000조원에 가까운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는 신용보증에 대한 시장의 절대적 신뢰를 깨뜨린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신용을 훼손시킨 사건이어서 시장이 받은 충격은 여전해서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정부의 긴급대책에도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상환된 약 200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3000조원 넘는 전체 채권 시장을 흔든 배경이다. 24일 시장에는 안도하는 분위기와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상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잔액은 약 2597조원에 달한다. 또 CP 및 전단채 등을 포함한 단기금융 시장(414조원)을 더하면 3011조원으로 3000조원을 넘어간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는 신용보증도 미지급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듦으로써 비우량채는 물론 최상위 신용도인 AAA급 채권 흐름까지 멈추게 하고 있다. 이달 최고 신용도를 보유한 지방채, 도시철도(서울, 지방) 채권은 발행이 제로 수준이다. 카드채 발행은 2500억원에 그쳤다. 매월 수조원씩 발행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할부금융채도 5600억원에 그쳤다. 이달 회사채 발행은 1조9960억원 수준이다. 지난 9월 한달간 9조원대 발행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400조원에 달하는 단기 유동화증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8~9%의 금리를 주고도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안돼 일부 건설사·증권사는 부도설마저 나돌았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은 일단 단기금융 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와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0조원은 꽤 큰 규모"라며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급한 CP와 전단채 시장에 공급돼 급한 불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자본공급이 계속되는 점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유동성 위험에 대한 자본공급 기능과 신용위험에 대한 자본공급 기능을 구분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는 모든 금융회사에 자본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구조조정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 "자본지원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필 상명대 경영공학과 교수는 일단 임시방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유 교수는 "단기적인 시장 유동성 공급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의 투자 신뢰성 및 중장기적인 잠재적 시장 리스크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금리상승 및 금융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서 앞으로 2~3년간 다가올 잠재적 시장 위험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정부에서 유동성 공급 및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할 시 규모적 및 시기적 적절성을 최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김주현 위원장 “채안펀드 규모, 20조원보다 늘릴 수 있어”

김주현 위원장 “채안펀드 규모, 20조원보다 늘릴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증액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량을 20조원으로 얘기했지만 안 되면 더 늘릴 수 있다”며 "한국은행과 민간이 어떻게 들어오느냐와 또 대외상황이 어떻게 변하는 지에 따라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부가 갖고 있는 자금만으로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은 금통위의 결정으로 공급되는 유동성과 함께 민간 쪽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정부는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 이후 발생한 자금시장의 급격한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채안펀드 재가동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조치 강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자 보증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채안펀드 정책 효과 시점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감독당국, 금융권이 면밀히 계속 보고 있고 금통위에서도 조치가 나오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매우 복잡해 채안펀드의 구체적인 집행 규모와 시기 등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중국의 지도 체계가 바뀌는 등의 돌발 변수가 국내 레고랜드 사태뿐만 아니라 도처에 정말 많다”며 “정부도 긴장해서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일희일비(一喜一悲)’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심화된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문제 해결하겠다고 했고 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직접 지자체 열 몇 군데에서 하는 것들을 차질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며 "적어도 이제 지차체 관련 이슈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 한은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에 금융위가 요청할 만한 사안이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 "비공식적으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SPV는 지금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 24일 열릴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김주현 "레고랜드 사태, 당국 대응 미흡"…카카오 '먹통' 사태도 도마 위(종합)

김주현 "레고랜드 사태, 당국 대응 미흡"…카카오 '먹통' 사태도 도마 위(종합)

(서울=뉴스1) 서상혁 국종환 강은성 한유주 황두현 한병찬 기자 =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대응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대응을 꼬집고 나섰다. 안이안 초기 대응으로 자금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뒤늦게 '50조원+α' 대책을 내놓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인데,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응이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도 종합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금융 계열사의 전산 장애 대응책이 미비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종합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감사는 오전 10시에 개의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반발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면서 오후로 연기됐다. ◇ 김주현 "레고랜드 사태, 대응 늦었다는 비판 받아들여…디폴트 사전 협의 없었다" 이날 국감의 최대 현안은 강원도 레고랜드 PF ABCP 부도 사태였다. 지난달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ABCP에 대해 상환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는 중도개발공사의 지급 보증을 섰다. 레고랜드 ABCP 부도로 불안 심리가 시장에 퍼지면서 채권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9월 1일 연 4.747%에서 지난 21일 5.736%로 올랐다. 같은 기간 기업어음(CP)은 3.08%에서 4.37%로 급등했다. 자금 조달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자, 은행도 은행채를 다량으로 찍어내 시장의 자금을 쓸어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댔던 증권사들이 연쇄 부도를 맞을 것이라는 공포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의 긴축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ABCP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여유재원 1조 6000억원을 활용해 채권을 매입하고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를 6개월 유예해 은행채 발행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대책에도 불안 심리가 사그라들지 않자, 정부는 지난 23일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조성 등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채권시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례없이 금리가 올랐다면 유례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어제(23일) 발표한 내용으로는 약발이 안 먹힌다는 느낌"이라며 "앞으로는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금융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9월말 논란이 됐을 때 회사채 매입 한도를 늘리면서 어느정도 진정되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한 번에 안 하고 나눠서 하게 된 모습인데, 불편하게 느끼셨다면 미숙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새롭게 조성하고, 83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추가 펀드자금요청(캐피털콜) 절차를 다음달 초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담보로 삼는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포함시켜 캐피털콜을 위한 추가 은행채 발행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와 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한도도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로 확대한다. 이날 국감에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책임론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PF 위기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방아쇠를 격발시켜서 채권 시장이 붕괴ㄷ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간에 금리와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도 대비를 했어야 하겠지만, 김진태 지사가 지급보증을 연장했다면 이 문제가 급격히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ABCP 디폴트 선언을 두고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진태 지사의 9월 28일 디폴틀 발표를 사전에 몰랐는가"라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강원도에서 그런 상황이 일어날지 잘 몰랐다"며 "저희(금융당국)와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도지사의 책임론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있었던 사건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악화시켰다는 것에 대해선 100%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그것(레고랜드 ABCP 디폴트) 때문에 나타났다고만 하기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대응이) 부족하고 미흡했다는 비판을 제가 수용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 이복현 "카카오 금융계열사 대응 미비"…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적절한 피해 보상" 카카오 '먹통' 사태도 주요 현안이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판교 SK C&C 센터 화재로 입주해있던 카카오 데이터센터도 영향을 받으면서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모두 멈췄다. 이중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에서도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금융계열사의 전산 장애 대비책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카카오페이의 (서버) 이중화가 미비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 역시 대출이나 이체 기능에 지장이 생긴 것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카카오 측의 전자금융사고 보고가 늦었다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전자금융사고가 나면 규정상으로는 지체 없이 보고하되 지체없이라는 부분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하부규정에 1영업일 이내라고 둔 것"이라며 "이번에 더 빨리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규정을 우회해서 더 늦게 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카카오 등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전자금융사고 피해보상 한도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체적인 피해보상 준비금 여지가 없는지 회계규정을 보고, 자발적으로 안 된다면 금융위와 협의해서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최소한도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역시 적절한 보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신 대표는 "현재 모든 채널을 열어 놓고 관련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각각에 대해 사례를 분석한 후 적절한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입증 책임을 이용자가 아닌 사측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 삼바 '출입기자 문자 통보' 외감법 위반 놓고 금융당국 수장 '공개 충돌' 이날 국감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여부를 두고 두 금융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도 나왔다. 지난 2018년 5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관련 출입기자 안내사항'이라는 문자를 통해 출입기자에게 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한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원은 공동 참고자료를 내기도 했다. 감사원은 최근 금융위에 이 사안을 두고 외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도 '비밀유지 위반'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냈다. 이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이 통보할 당시 아무런 지적을 안 했다"며 "공동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놓고 왜 이제와서 이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변서는 금융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며, 지금 감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금감원의 문자메시지가 외감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저는 위법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법원에 가야겠지만, 누가 시비를 삼는다고 해도 절대 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추경호·이창용·김주현 23일 회동…회사채 자금경색 대응 논의

추경호·이창용·김주현 23일 회동…회사채 자금경색 대응 논의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이 23일 모여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 부실사태로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회사채 시장 등 단기자금시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한국은행은 23일 낮 12시 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 총재를 비롯한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들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여는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 금감원과 금융위는 최근 회사채 시장,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 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시장 안정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자금을 조달하고자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를 발행하며 지급보증을 섰다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철회하겠다고 밝혀 채권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 조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앞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은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발 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대책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한은에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가동을 요청했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은이 증권사 등에 회사채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준 제도다. 지난해 2월 지원실적이 없이 운용을 종료했다. 또 시장에서는 채안펀드 보다 시장에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로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 산업은행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와 SPV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사안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발 자금경색 우려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45%포인트 상승한 연 4.495%에 장을 마쳤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93%포인트 오른 연 4.632%에 마감해 전날(4.439%) 기록한 연고점을 하루 만에 다시 경신했다. 2011년 3월 8일(4.68%) 이후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돈맥경화' 공포 앞으로 더 심해진다…"연말 '디폴트' 우려"

'돈맥경화' 공포 앞으로 더 심해진다…"연말 '디폴트' 우려"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기업의 돈줄이 말라간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기자본 조달은 언감생심이고 시시각각 뛰는 금리에 대출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연말쯤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자금 경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중소 증권사나 여전사(카드·캐피탈) 등으로 전이돼 '금융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등의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며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로 인해 연말엔 일부 기업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긴축이 시작되면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이 됐던 일이지만, 현재 시장의 자금경색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강원도가 보증해 우량채권으로 분류됐던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증권)가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서 회사채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고 이로 인해 자금 경색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현재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상황은 초입단계이며, 금리인상이 이어지는만큼 앞으로 회사채 발행이 마비되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연말, 내년 초 쯤엔 실질적으로 기업의 '디폴트'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디폴트는 중소형 건설사부터 시작해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많은 중소형 증권사와 여전사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황 연구원은 봤다. 기업의 자금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돈줄'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실시한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총 65건 5조5000억원이 진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로는 43% 금액으로는 39%가 줄었다. 단순히 수요예측 규모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실제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 경쟁률은 196%를 기록해 지난해 348%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AA등급 이상 우량채는 4조2000억원 예측에 9조7000억원의 수요예측으로 233%의 경쟁률을 기록, 견조한 수준을 보였으나 등급이 한단계 아래인 A등급은 예측규모가 1조1000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 2조9000억원에 비해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61% 수준에 그쳐 지난해(364%)보다 6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전문위원은 "이번 3분기 채권 수요예측에는 AA등급에 73%의 수요가 몰린 반면 A등급은 19%에 불과해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였다"면서 "A등급은 16건, 95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해 미매각률이 14%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미매각률이 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채권 시장의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이나 최근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도 안전성이 높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면서 "한전채 등 AAA 등급 채권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금리마저 높게 책정되다보니 A등급이나 BB등급 등 위험도가 높은 채권은 아예 발행에 실패하는 '미매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고 우량등급 채권 중 하나인 한전채는 20일 기준 23조5500억원이 총발행됐다. 지난해 10조4300억원에서 2배 이상, 2020년 3조5000억원에서 무려 7배 이상 급증한 물량이다. 한전채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자금이 초우량채권인 한전채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여기에 레고랜드 ABCP 디폴트사태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자금경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채권 시장 자금 경색과 양극화는 결국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실력있고 견실한 기업도 자금 운용의 어려움으로 '흑자부도'가 날 수 있다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교수)은 "기업이 자기자본으로만 운영되는 경우는 2% 수준에 불과하고 98%의 기업은 타인자본, 즉 자금 조달을 통해 운영되는데 회사채 시장의 자금 경색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중소 금융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당국이 최근 조성에 돌입한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화펀드)는 민간 출자 펀드로 그 한계가 명확하고 규모도 너무 적기 때문에 신속하고 빠르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