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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퇴출-정몽헌의장의 험난한 앞날]한숨 돌렸지만…시련의 조타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에게는 2일 저녁 귀국 후 3일 오후 채권금융기관의 퇴출대상 기업 발표명단에서 현대건설이 제외된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생애 가장 다급하고도 긴시간이었다.

◇숨가빴던 순간들=2일 저녁 7시20분 샌프란시스코 발 싱가포르 항공편으로 귀국한 정 의장은 이날밤 계동사옥에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등과 추가 자구안 확정을 위한 수뇌부 대책회의를 가졌다. 심야에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나 감자와 출자전환에 대한 이 위원장의 동의 요구에 확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3일 오전 7시 서울 중앙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 정주영 전 명예회장에게 간단히 문안인사를 올린 정 의장은 계동사옥으로 돌아와 계열사 사장단과 다시 대책회의를 가졌다. 8시30분에는 김경림 외환은행장을 만나 현대건설 추가 자구계획안에 대해 설명했으나 만기연장은 해주되 물품대금을 채권단 지원없이 현대건설이 갚아 나가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어 정 의장은 오후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정상영 KCC 회장,전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가족들을 만나 친족기업들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정몽헌 의장의 시련과 도전=한때 달러벌이의 최선봉이었던 현대건설이 휘청거리는 것은 과도한 부채에서 출발하고 있다. 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은 정 의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그러나 아직까지 적자만 쌓이고 현대 시련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1조6430억원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현대건설이 퇴출 일보직전까지 가는 위기국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대의 ‘본가’인 현대건설의 퇴출만은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제 시련 속의 ‘현대호’를 이끄는 조타수로 남게 됐다. 현대자동차 소그룹이 계열분리됐고 현대중공업이 곧 계열분리되면 알짜 회사가 빠져나가는 현대호는 정 의장의 경영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현대투자신탁 등 금융계열사의 부실요인도 정 의장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AIG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은 AIG측이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선행조건으로 내세워 난항을 겪고 있다. 정 의장이 성장기업으로 삼을 만한 현대전자는 8조원이 넘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현대의 재기는 정 의장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셈이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