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조흥銀,생보사와 금융지주회사 추진]異업종간 통합 첫 시도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4 05:36

수정 2014.11.07 16:50


조흥은행이 연내 대형 우량 보험사와 금융지주회사를 공동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미국 씨티은행과 트래블러스그룹의 통합에 비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같은 이업종간 통합이 성사될 경우 국내 금융산업도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른바 한국판 ‘씨티그룹’이 탄생하는 것이다.

은행은 은행끼리,종금사는 종금사끼리 같은 업종내에서 합병하기보다는 은행·보험·증권 등 이업종간 통합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지적은 많았다. 그러나 독자생존 능력을 인정받은 대형은행과 대형 우량보험사의 자발적인 통합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지주회사의 모습=국내 최고(最古)은행인 조흥은행이 대형 생보사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양사는 완전히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지주사 공동설립에 합의하면 서로 실물자산을 출자하고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에 순자산 규모에 따라 지분배분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지주사의 주도권이 생보사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은행과 보험을 양대축으로 하는 지주사가 설립되면 산하에 전산회사,자산운용사,투자은행(종금사) 이 따라 붙고 경우에 따라서는 증권사,카드사 등도 가세해 국내 최대의 종합 금융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98년 씨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씨티코프와 미국의 4대 보험사중 하나인 트래블러스그룹이 뭉쳐 미국 최초의 이업종간 금융지주회사를 세운 바 있다.

이같은 금융지주회사는 정부가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부실은행과 부실종금사,부실생보사를 지주회사 밑에 강제통합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은행이나 보험사가 모회사 역할을 하면서 다른 중소형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던 과거의 금융계열화와도 다르다.

◇성사가능성과 파장=조흥은행은 성사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다. 대등 통합을 위한 대등협상이기 때문에 상대가 굳이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이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에 의사를 타진했으며,분명한 답은 없었지만 거부반응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까지 경영개선약정(MOU)을 이행해야 하는 조흥은행이나 내부검토를 시작한 생보사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통합협상은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은행과 보험업계에서는 조흥과 대형 생보사가 합칠 경우 생보쪽에서는 삼성·교보·알리안츠제일생명이 후보가 되고,그중 특히 교보생명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보업계 선두인 삼성생명과 조흥은행이 합치면 총자산이 100조원을 넘는 초대형 우량 금융그룹이 만들어진다. 더구나 삼성증권·삼성투신운용·삼성카드·삼성캐피탈 등 삼성그룹 산하 금융 자회사들까지 금융지주회사로 옮겨오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삼성측에서 금융계열사를 일괄 분리 독립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교보생명은 조흥은행과의 동맹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은 오는 2003년까지 은행·증권·생보·손보를 포괄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세우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교보생명이 조흥은행과 뭉치면 자꾸만 벌어지는 삼성생명과의 경쟁력 격차를 일거에 만회할 수도 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