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산소·영양공급 미세혈관생성 억제,획기적 항암제 개발 활기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8 12:09

수정 2014.11.07 11:50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한 혈관의 생성을 차단하면 암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게되면서 최근 혈관신생(angiogenesis) 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출원된 혈관신생 억제제 관련 특허 건수는 총 90건으로, 이중 전체의 83%인 75건이 2000년 이후인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출원됐다.

국가별 출원동향을 보면 한국이 39건(43%)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일본, 스웨덴, 영국 순으로 출원비율이 높았다.

이를 기술 분야별로 보면 우선 내국인 출원의 경우 작용기전이 밝혀진 것 중 ▲직접적 억제제 관련 출원이 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효소 억제제 20%, ▲간접적 억제제 관련 출원 6% 등의 순이었다. 나머지 48%는 작용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였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는 작용기전이 밝혀진 것 중 ▲간접적 억제제 관련 출원이 21건으로, 외국인 전체 출원의 40%를 차지했고, ▲직접적 억제제와 효소 억제제 관련기술은 각각 19%를 차지했다.
작용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출원은 11건(21%)이었다.

이처럼 혈관신생억제제에 대한 특허가 늘고 있는 것은 하버드 의대 포크먼(Judah Folkman) 박사가 암세포 주위의 새로운 혈관생성을 차단하면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면서 부터다.

신생혈관을 차단하면 암세포가 생성 되더라도 자라지 못하고 일정 크기에 머무르기 때문에 암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포크먼 박사의 주장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항암제는 2004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생명공학기업 제넨테크사의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Avastin)’.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생성촉진인자(VEGF)를 저해하는 이 약물은 800여명의 말기 대장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화학요법과 함께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평균 20.3개월까지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6개월 밖에 살지 못하는 일반환자보다 생존기간이 5개월 정도 더 긴 것이다.

다만, 아바스틴은 혈압상승, 피로, 혈전, 식욕상실, 백혈구 감소로 인한 감염위험 증가, 내출혈 등의 부작용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아바스틴 자체가 VEGF와 결합하여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인위적인 단클론항체(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체 세포에서 만들어낸 혈관생성촉진인자 억제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인 녹십자와 목암생명공학연구소가 개발, 최근 발표한 ‘그린스타틴(Greenstatin)’이라는 신생혈관생성억제제는 이런 부작용을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스타틴은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아포리포단백질(Apolipoprotein)에서 추출해 낸 물질로, 혈관내피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학 항암제와 달리 정상조직에 대한 독성이나 약제내성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녹십자와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그린스타틴을 암 전이 억제제, 특히 대장암의 간(肝) 전이 억제제로 개발하기 위해 조만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러가지 혈관신생억제 항암제에 대한 임상실험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 이 분야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르면 향후 5년 이내에는 혈관신생억제 신약의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혈관신생 억제제는 억제방식에 따라 ▲암세포가 필요로 하는 혈관세포의 증식이나 이동을 직접 억제하는 ‘직접적 억제제’ ▲암세포가 혈관형성을 위해 분비하는 특수한 물질을 차단하는 ‘간접적 억제제’ ▲혈관세포 보호막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효소 억제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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