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비과세 축소,경제적약자 배려를
정부가 올 상반기에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160개 가운데 120개를 재심사 대상에 올려놓고 폐지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검토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될수록 비과세·감면 조항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 제도 중에는 중소 벤처기업 육성이나 투자 활성화, 서민경제 지원 및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한 것이 적지 않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일몰 시한을 맞는 55개 항목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연장하지 않고 일몰 시한이 없는 65개에 대해서는 일몰 규정을 두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농어민 지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 비과세·감면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 수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과연 현 상황이 폐지를 거론할 만큼 변화됐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비과세·감면제도는 운영자금 등 경영 여건이 취약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성장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처한 경영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검토에 나선 것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지적한 재정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비과세·감면제도 수술밖에 없다.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정부는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 여당의 호응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중장기 조세 개혁 방안이 소득세 포괄주의를 담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이 나돌아 주가 폭락을 가져온 것도 그 제도가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제도의 재검토는 세율 인상과 세목 신설을 피하면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수조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납세자 비율을 늘려 과세 공평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정책 방향이지만 비과세·감면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 취지까지 훼손해가면서 세수 늘리기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정부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제도를 될수록 유지하는 한편, 재정 지출 효율성부터 높여야 마땅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