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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봄으로 가는 ‘신고식’,움츠렸던 몸과 마음 쭉∼펴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8 14:36

수정 2014.11.06 11:55



만물이 소생하고 활기를 띠는 봄이 왔다. 하지만 정작 내 몸은 처지고 피로감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위의 대다수가 이런 증상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로감은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10대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봄이 되면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늘어난다. 바로 ‘춘곤증’ 때문이다.
춘곤증이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증으로 보통 1∼3주가 되면 없어진다. 원인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겨울 동안 움츠렸던 인체가 따뜻한 봄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호르몬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변화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로 볼 수 있다.

봄이 되면 밤이 짧아지고 피부의 온도가 올라가며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른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봄에는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 졸음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들 수 있다. 또는 갑자기 식욕이 없고 기운이 없으며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등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신체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불규칙한 생활을 버리자

춘곤증을 포함해서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불규칙적인 식사시간, 자주 먹는 인스턴트 식품,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선하지 못한 음식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몸은 빨리 망가지게 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우리 인체는 심한 독감을 앓은 후에도 아무 후유증 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뛰어난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을 조금 적게 마셨다는 이유로 인체의 피로가 유발되기도 하는 섬세한 기관이다.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과 같은 정신적인 이유도 들 수 있다. 봄이 되면 학년도 바뀌고 직장에서도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고 새로운 사람도 맞이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키고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피곤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질환 있으면 더 심하다

춘곤증은 겨울 동안 움츠리면서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나 과로가 쌓인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또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피로가 더 심해진다. 감기, 간염, 독감 등은 피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이런 질환들은 피로보다는 다른 증상들이 더 심하고 급성으로 지나가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로가 문제되는 대표적인 질환들은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이다. 이 질환들은 수주일 이상 피로가 지속되고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몸무게가 급격히 빠진다든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는 등의 증상과 함께 피로가 날로 심해질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치료해야 될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운동으로 극복하자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이 피곤한데 운동을 하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운동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시계의 10분에서 30분 사이로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빨리 걷기를 하루에 두세번 해보자. 이것만으로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노폐물을 연소시켜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적당량 먹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병원에 찾아온 환자 중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때우기 식의 식사를 한 것이 피로의 주요 원인이 된 경우도 있다.

마음가짐도 밝게 바꾸도록 한다. 항상 일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마음이 힘들 때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어차피 처리해야 할 과중한 업무라면 즐겁게 마무리한다.

또 최근 스트레스가 심해졌는지도 생각해보자. 만약 심하게 무리를 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 하루의 충분한 휴식만으로 피로가 없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잠만 자라는 말은 아니다.
쉴 때도 규칙적으로 쉬고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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