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유보 합의’ 구속력 논란
정치권이 지난 11일 개헌논의를 다음 18대 국회로 늦추기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 이같은 합의가 과연 제대로 이행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도 임기 중 개헌안 발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유보한 것뿐이라며 발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장영달 “개헌 유보합의 구속력 강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지지해오다 개헌안 유보에 합의한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원내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어제 합의는 정당 차원에서 합의한 것으로 18대 국회에 가서 합의한 정당이 없어지면 모르지만 그대로 있다면 약속이 계승된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약속의 구속력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원내대표는 ‘문서로 남지 않는 구두합의만 이뤄진 만큼 합의가 이행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든 자유지만 우리당이 대통령과 사전협의도 없이 결단을 내릴 정도로 결심을 했다”면서 “이제 한나라당은 국민을 위한 법안이나 정책방향이 민생을 위해 시급하다면 반대를 하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원내대표는 제1당인 한나라당이 17대 국회 중 개헌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과 국민연금법 재개정 문제를 비롯한 민생법안의 원만한 처리 등을 위해 개헌논의 유보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헌논의를 거부해야 하는) 한나라당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한나라당이 더이상 국민이 원하는 것을 볼모로 잡고 대선에만 골몰하는 짓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주요 법안의 처리에 협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개헌논의 유보에 합의한 것”이라면서 “제1당이 (개헌논의 자체를 거부하는)자세를 취하고 있어 자칫 정국은 대혼돈 상태로 가고 민생은 사라지고 국정은 대혼란에 빠지며 국민은 피해자로 고스란히 남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불보듯 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럼에도 장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재개정안의 4일 임시국회 중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어제 회담은 국민연금법 때문에 열렸으나 한나라당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든 안되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자기들 입장만 고수하는 등 국민연금법 처리 의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비관적인 시각을 밝혔다.
■한나라당, 논의 유보에 무게
한나라당은 개헌논의 유보 합의의 ‘이행’보다는 논의 ‘유보 자체’에 무게를 뒀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할 일을 대통령이 요구하는 시기와 내용으로 정치권이 합의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정훈 당 정보위원장도 “국민적 약속에 근거해 18대 국회 때 논의할 수는 있겠으나 17대와 18대는 구성원도 바뀌는 등 법적, 정치적 연결고리가 없는 만큼 18대 논의를 약속해달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야가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국회 정상화 등을 합의문까지 만들어 합의한 바가 수없이 많지만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의 정당 구도가 내년 4월 있을 국회의원 선거결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사정도 18대 국회의 개헌논의를 기정사실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청와대도 개헌안 발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란 해석은 ‘오해’라면서 청와대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발의하겠다고 밝혀 청와대의 입장을 단정하기 어렵게 됐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각 정당이 다음주초까지 차기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당론으로 책임있게 담보하지 않을 경우 당초 예정대로 오는 17일 개헌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18일 발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다음 국회에서 개헌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당론”이라면서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확고부동한 입장과 6당 합의에도 시한을 정하고 당론 채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직도 제왕적 시각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mail protected] 차상근 최승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