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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30% 내려도 살 사람이 없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1 21:25

수정 2014.11.05 12:20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신도시 등 고가주택이 많이 몰려 있는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집값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경기 과천과 분당, 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 아파트값은 집값이 절정에 달했던 2006년에 비해 최대 30%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매수움직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급매물이 간혹 거래되던 한 달 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는 실수요자라도 아직 금융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경기 침체 등으로 더욱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30% 떨어져도 매수세 없어

1일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평균 2억원 안팎이나 급락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는 연초에 비해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빠졌다. 연초 13억5000만원이던 56㎡는 현재 11억원에 나왔어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억원하던 개포주공1단지 49㎡도 1억원 이상 빠져 8억7000만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역시 매수세가 없어 가격이 갈수록 빠지고 있다.

버블세븐 중 한 곳인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다. 2006년 말 23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던 하이페리온 1차 205㎡는 현재 20억원으로 내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하이페리온 2차 163㎡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17억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15억원 이하로 살 수 있다.

수도권 남부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기 과천시 중앙동 주공10단지 130㎡는 10억원, 140㎡는 14억원대로 호가가 급락했다. 이는 2006년 말에 비해 30%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과천시 중앙동 C공인 관계자는 “한 달 전에는 급매물이 드물게라도 한 달에 한두 건 정도는 거래됐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에는 단 한 건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 용인 성복동 일대도 아파트값이 2년 만에 2억∼3억원까지 빠졌다. LG빌리지6차 211㎡는 현재 7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수개월째 거래가 안되고 있다. 이는 2년 전보다 2억5000만원이 내린 금액이다. 분당신도시 서현동의 대형 아파트도 2억원 이상 빠졌다. 시범삼성한신 163㎡는 호가가 2006년 13억원에서 지금은 1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없다.

용인 성복동 L공인 관계자는 “워낙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대출규제 때문에 매수를 꺼리고 있다”며 “종부세 부과기준이 9억원 초과로 상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가주택 대출규제도 9억원으로 올라가면 그때 매입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버블세븐 집값이 폭락수준으로 내려앉자 팔려는 사람들도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낙 가격이 떨어져 ‘상투’를 잡았던 수요자들이 손해보고 팔 상황까지 처했기 때문이다.

과천시 중앙동 D공인 관계자는 “2006년에 매입했던 사람들의 경우 지금 시세로보면 투자대비 손해가 난 상황”이라며 “금융대출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굳이 지금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 집값이 하락해도 매물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치 붕괴, 위기 부를수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산가치 붕괴현상이 시장에 더 큰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급격한 하락세에 투매현상이 나타나는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 역시 급매물 위주로 투매 전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매물가격이 수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원금의 30∼60% 이상을 대출에 의지해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리상승이 계속되면서 가격하락세가 짙어질 경우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급매물이 현재 시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이미 버블세븐지역의 10억원대 고가 매물은 한자릿수로 가격이 내렸고 중형아파트도 4억원대까지 내린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5억∼6억원씩 대출을 받아서 산 사람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거래가 활성화 되지 않으면 부동산발 위기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산시장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출규제완화 등의 적극적인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정부가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제로는 집을 가지고 싶은 사람도 담보대출이 부족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 등의 규제완화 정책들은 시장에 매물을 증가시키는 대책이며 거래를 활성화 하려면 담보대출 규제를 빨리 풀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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