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구조조정 전략,‘긴박성’ 보강 필요
윤증현 경제팀의 구조조정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19일 밝힌 ‘기업구조조정 추진 전략과 방향’을 요약하면 민간(은행) 주도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사태 악화에 대비해 정부의 측면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출이 많은 44개 그룹의 부실을 점검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정부는 무엇보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역할을 크게 확대키로 했다. 관련법을 고쳐 캠코 안에 구조조정기금을 신설하고 자본금을 지금보다 다섯배 가까이 많은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기금은 향후 부실채권 매입 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기금 재원이 정부 보증채라는 것을 두고 공적자금 부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정부는 “공적자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공적자금 투입은 은행의 자율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하의 강제 조정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전략’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기 경제팀이 만약에 대비해 ‘실탄’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긴박감과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3월 말까지 기금 규모를 따져본 뒤 4월에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판에 느긋하기 짝이 없는 일정이다. 또 기금 규모는 얼마나 될지, 부실채권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법 통과가 미뤄질 때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정부는 지난주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책을 내놓고도 시장에서 외면당한 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1조 달러 규모의 민관합동투자펀드(PPIF)를 악성채권 매입에 투입하겠다는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야심찬 계획에 대해 시장은 “그 돈을 누가 언제 얼마씩 내서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지금과 같은 밋밋한 자율 구조조정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19일 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돈을 풀었다지만 기업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어렵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워룸 벙커회의’ 참석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