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재건성형 진료공백 위기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1 17:07

수정 2010.02.01 17:07

흉부외과, 산부인과에 이어 재건성형도 의사들의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진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재건성형이란 선천적 기형이나 사고 및 질병 등으로 변형·소실된 신체부위를 본래의 모습과 기능으로 복구시키는 성형을 뜻하며 미용성형과 더불어 성형외과의 주축을 이룬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성형외과 전문의의 30%가량만이 재건성형을 하고 있으며 이 같은 비율은 최근 들어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성형의 경우 환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데다 수술 스트레스, 의료수가 및 보험인정 한계 등으로 이를 외면하고 대신 미용성형을 택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용 ‘옵션’이 아닌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재건성형의 진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잡하고 긴 수술, 스트레스…하지만 의료수가 문제가 제일 커

재건성형수술은 근육이나 신경 파손·혈관 접합 등 상당히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해야 하는 수술로 수술의 규모가 크고 회복에도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형외과에서 ‘기피대상’으로 여겨지게 됐다. 한림대학교의료원 성형외과 서동국 교수는 “재건성형수술은 여럿이서 몇 시간씩 땀흘려 협동해야 하는 큰 수술이 많아 일반 개업의들이 주력하는 분야가 아니다”며 “수술 자체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큰 인기가 있는 분야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가 원하는 대로 외모를 100% 회복시켜 줄 수 없기에 의사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환자들의 불평을 낳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큰 흉터의 경우 수술로 없애려면 최소 6개월이 지나야 결과가 좋은데 무조건 빨리 없애 달라고 떼를 쓸 경우 미리 수술해도 불만, 6개월 후에 해줘도 불만이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많다고 전했다.

의료수가 및 보험인정의 불균형도 문제다. 을지병원 성형외과 이종훈 교수는 “일례로 손가락 5개가 잘린 것을 접합해 줘도 손가락 3개까지만 의료수가가 인정된다거나 7∼8회까지 수술을 해야 완치되는 구순구개열( 언청이)의 경우도 1∼2차 수술까지만 보험인정이 되는 현실이 재건성형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실력은 수준급이지만 대형 병원 아니면 자리 없어

우리나라 재건성형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서 교수는 “국제 재건성형학계에서도 한국 교수들이 아직은 상위 10%에 속해 있다”며 “문제는 재건성형에 관심을 갖는 젊은 의사들의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성형외과의 일손부족 사태와 비교했다.


대형 병원에 남지 못한다면 재건성형에 주력할 수 없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개업한 성형외과 전문의 김모씨(39)는 “전공의 시절 재건성형 전문가가 되고 싶었으나 학교병원에 남지 못해 수익차원에서 미용성형병원을 개업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건성형은 국민의 건강 및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분야이므로 국가적 차원의 지원제도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금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지원을 받아 전국에 보건소처럼 재건성형 전문병원들이 배치된다면 재건이 필요한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려 불편해 하는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 주장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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