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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사법제도 개선 논란, 올해도 재연 불가피

지난해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등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방해죄 신설, 금융실명제법 개선, 영장항고제 도입, 헌재 심판제도 개선 등 논란이 올해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나 개선책 등이 나오지 않아 개별 사건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법 ‘양날의 칼’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차명계좌 개설·운용과 관련한 금융실명제법은 지난해 검찰이 수사한 한화·태광그룹 및 신한금융지주 사건 등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4억여원의 차명계좌 개설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기소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차명계좌를 개설해준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행정처분만 가능할 뿐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역시 계열사 사장과 임직원 등의 명의로 개설된 50여개 차명계좌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으나 검찰이 차명계좌 비자금을 통한 로비 의혹 등 탈법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차명계좌 운용이 밝혀져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 기업 등이 계좌를 만들어놓고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며 “이를 비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개설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처벌규정 신설 등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법상 처벌규정을 강화하면 중소기업이나 시민들의 차명계좌 관행도 모두 처벌받아야 해 선택적인 개정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술번복’ 처벌의 딜레마

증인이 손바닥 뒤집듯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은 건설업자 한모씨가 9억여원의 금품을 줬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한명숙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한씨는 공판에서 “(검찰에서)거짓진술을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사법방해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짓진술로 인한 수사·재판 때 혼란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 기준이 강화될 경우 검찰에서 거짓진술을 한 뒤 법정에서 번복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위축된 피의자나 참고인이 잘못진술했을 경우 나중에라도 이를 번복,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법방해죄를 신설하면 처벌이 두려워 법정에서조차 진술을 바꿀 수 없게 되고 강압수사를 방조하는 역효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기각, 기준은?

영장항고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업인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 검찰의 불만이 높다.

심지어 서울 홍은동 여중생 살해사건의 경우 법원은 용의자 이모군(19)에 대한 구속영장을 4차례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상급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를 도입, 기각 또는 각하할 경우 세부 이유를 기록에 남기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김석재 형사법제과장은 “같은 사안에 대해 판사에 따라 구속여부가 달라지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영장항고제를 시행하면 상급심에서 구속여부를 심사, 구속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영장 기각후 검찰이 항고해서 결정나기 전까지 피의자를 잡아둔다면 인권 침해소지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항고제를 도입해도 기각후 피의자에게 보증금 납부나 제3자 보증 등의 조건을 붙이고 석방,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등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 권한쟁의 심판 실효 ‘도마’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 역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헌재는 지난해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때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면서도 국회 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한침해소지가 있어 헌재에 판단을 맡겼는데 판단만 하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책임은 회피해 선고 자체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앞으로 심의·표결을 강행처리하면 권리를 침해해도 실행에는 문제가 없게 돼 계속해서 국회가 파행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원대 법경찰학부 남복헌 교수도 “헌재가 권한침해 여부만 확인해주고 침해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 취소 여부 확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2개 문제를 확인하는 절차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sh@fnnews.com김성환 최순웅 손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