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금융사보다 감독기관을 못 믿는 현실
한국금융연구원이 눈길 끄는 지표를 23일 선보였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금융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KIF 금융신뢰지수'다. 처음 발표된 지수에 따르면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은 금융회사보다 감독기관을 더 불신하고 있다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연초의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최근 KB금융 내분에서 감독당국이 보여준 갈팡질팡 행보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9개 신뢰도 측정 항목에 대한 응답 내용을 지수화했다. 100점을 넘으면 긍정적 답변이 많고 100보다 작으면 부정적 답변이 많다는 뜻이다. 그 결과 100점을 넘은 항목은 없었다.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도는 '긍정적'이란 응답이 18%,'부정적'이란 응답이 33%였다. 부정적 인식이 훨씬 강하다는 얘기다. '금융사의 고객서비스'는 96.6점으로 1위에 오른 반면 '감독기관의 효율성'은 61.3점으로 최하위였다. '감독기관의 소비자 보호 노력'도 74.3점으로 7위에 그쳤다. 반대로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신뢰'는 90.5점(2위)에 달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산업은 '신뢰'를 먹고사는 업종이다. 그래서 금융회사의 신뢰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임무 아니던가. 그런 감독당국이 금융회사보다도 못 미덥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감독당국은 과거 동양그룹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 때 부실 징후를 사전 포착하고도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객 정보유출 사태 때 역시 뒷북행정으로 파장을 키웠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KB금융 내분 때도 징계와 사태 수습에 역부족을 드러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의 근간인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는 어떤 처방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감독체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때마침 금융감독원은 '검사·제재업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종합검사·사후 적발 위주의 검사를 대폭 줄이고 사전예방 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사 직원에 대한 제재는 되도록 금융사가 하도록 하고 금융사에 대한 자료요구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감독 업무가 느슨해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서 감독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조치 같지는 않다.
감독당국은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확인했다면 감독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야 한다. 이런 정도 혁신으로는 만회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