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산업 뿌리가 흔들린다]

(2) 살림합쳐 살길 찾는 ICT 기업들

방통업계 M&A 급증.. '이종 플랫폼 결합' 시너지 노린다
매년 꾸준히 늘어.. 작년 ICT업체간 M&A 11건 성사
국내 통신·방송 칸막이 규제 고수하면 기업 활로 막아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멈춘 방송통신 업체들이 경쟁사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살길을 찾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방송과 통신산업이 모두 포화된 가입자 시장에서 더 이상은 혼자 성장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린 것. 이 때문에 한때 경쟁자였던 기업들이 살림을 합쳐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 방송과 통신 결합상품,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생존의 길을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M&A관련 규정은 방송과 통신으로 엄격히 칸막이가 쳐져 새로운 글로벌 M&A추세를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살길을 찾겠다고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제도를 정비해 보다 효율적으로 산업 재편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통신 시장 M&A 급증...생존 위한 고육책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 업계의 M&A가 유독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KPMG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간 대규모 M&A건 수는 매년 4~8건 사이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는 11건이나 ICT 업체간 M&A가 성사됐다.

M&A 거래 규모로 살펴보면, 통신 기업의 M&A 거래 규모는 지난 2013년 333억달러 였던 것이 2014년 1430억달러로 4배 가량 늘었다. 방송 기업의 M&A 거래 규모는 지난 2013년 587억달러에서 2014년 1600억달러로 3배 가량 늘어났다.

전세계 M&A 가운데 통신과 방송 부문의 M&A 비중은 지난 2009년 7.1%에서 지난해 16.6%로 확대되는 등 성장이 멈춘 시장 상황을 M&A로 돌파하려는 노력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 해에 이뤄진 글로벌 ICT 기업 간 대표적 M&A로는 거론되는 건은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AT&T와 다이렉TV, 보다폰과 오노 등 11건에 달한다. 대규모 M&A는 한 건당 약 50억 달러(한화 약 5조 7700만원)이상되는 규모를 말한다.

■이종 플랫폼 결합으로 시너지 노려

최근 ICT 기업 간 M&A는 이종 산업간에 이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기존 산업군 내부에서만 결합해서는 생존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통신사 AT&T와 미국 유료방송사인 다이렉TV,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프랑스의 위성방송사 카날 플러스, 또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스페인 케이블 업체 오노를 인수했으며 보다폰은 독일 케이블TV 업체 도이칠란트를 인수하며 통신사와 방송사의 결합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포르투칼에선 케이블 업체 ZON이 통신사인 옵티머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한화 약 22조 원에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Sprint)를 인수했다.

■"방송-통신 칸막이 규정으로는 최근 M&A 감당 못할 것"

이종 산업간 결합에 대해서는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논란이 많다. 경쟁회사들이 일제히 경쟁제한성을 주장하며 M&A의 문제를 지거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AT&T가 다이렉TV를 인수할 당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결합상품의 경쟁을 증대하고 결합상품 가격 인하를 촉진하여 소비자의 이익과 공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AT&T는 자발적으로 광대역망 투자, 망중립성 보장 저소득층 할인 등을 제안했고 FCC는 이를 수용했다. 개별 기업의 발전 뿐 아니라 미국 전반적인 ICT 산업 성장과 소비자들의 편익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단 판단해서다.

스페인 통신사 텔러포니카의 프랑스 방송사 카날 플러스 인수에서는,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2를 초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EU는 스페인의 침체된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를 위해 M&A를 인가했다.
단 시장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채널 도매제공, 인터넷 접속 제공이라는 보호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방송과 통신기업들이 기존 시장영역만 고수하면 결국 부가가치 없는 파이프 제공회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이종 산업간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같은 기업의 움직임을 파악해 정부가 전체 시장 상황을 감안하고 독점을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을 마련해 M&A를 허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외국의 대형 방송통신 M&A 성사는 규제기관이 방송과 통신으로 칸막이 없이 M&A의 영향을 판단하고 있어 빠르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산업별로 칸막이 쳐진 규정을 고수하면 M&A를 통해 활로를 찾는 기업들의 노력을 정부가 가로막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