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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판사까지 뇌물 연루, 누굴 믿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2 18:24

수정 2016.09.02 18:24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가 2일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구속을 각오한다는 뜻이다. 정씨를 봐주는 판사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대 뇌물을 챙겼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최민호 전 판사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의 소유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사실상 무상으로 인수했다.
그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매매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씨가 차량 매각대금 5000만원을 되돌려줬다. 사실상 공짜로 차를 사들인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와 베트남 여행도 함께 다녀오고, 부의금 명목으로 400만~500만원 등을 받았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가 자신에 대한 구명 로비를 중단할 것을 주문하며 최유정 변호사(46.구속기소)에게 전달한 '구명 로비 8인 메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 법관은 30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 만큼 개인의 일탈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하겠다. 사법부는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로 여겨진다. 유무죄에 대한 최종판단을 내려 형량을 결정하는 게 사법부의 주요 임무다. 그래서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에 대해서는 같은 법조 3륜(輪)인 검사.변호사보다 훨씬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청렴 의무 및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법관의 범죄 수위도 점차 높아져 충격을 더해준다.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법관들은 뇌물수수 같은 범죄보다는 막말 댓글,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문제가 돼 법복을 벗었다. 불법보다는 처신의 문제로 비교적 가벼운 비위행위에서 성범죄나 뇌물수수 등 중대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성매매를 하다 경찰의 합동단속에 적발되는 법관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법원도 최유정 변호사 등 법조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변호사의 전화변론 등을 금지하고, 사건청탁을 받은 경우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처럼 남 탓만 해서는 법관들의 부패를 막을 수 없다.
그보다는 법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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