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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위기의 전경련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5 16:59

수정 2016.10.05 16:59

몇 년 전만 해도 경제5단체를 열거할 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맨 앞에 놓곤 했다. 전경련을 '재계의 본산', 전경련 회장을 '재계의 수장'으로 불렀다. 그러나 전경련은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달리 임의단체다. 소수 대기업의 친목단체인 전경련이 어째서 50여년간 경제계 대표로 통했으며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비판에 몰리게 됐을까.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은 일본에서 급거 귀국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났다. 박 의장이 "부정축재 기업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하고 묻자 이 사장은 "세금 내는 기업인을 모두 처벌하면 경제할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기업인이 공장을 세우고,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1961년 7월 17일 투자를 이행할 기업협의체로 전경련의 모태인 '경제재건촉진회'를 설립했다.

전경련은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과 재계의 가교 역할을 했다. 정치자금 모집창구가 됐고, 국가기간산업과 중화학공업 육성안을 정부로부터 받아 회원사에 할당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60~1980년대 전경련의 위상은 막강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와 함께 빅딜 등 대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전경련의 역할과 위상이 오그라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부터다. 기업구조조정 이후 수많은 대기업이 망했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느슨해졌다. 심지어 당시 김우중 전경련 회장의 대우그룹마저 해체됐다. 이후 전경련은 회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최근에는 네이버 등 여러 신생 대기업이 전경련 가입을 꺼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이후 전경련의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게이단렌처럼 공익성을 강화한 이익집단이 되든지,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보수의 싱크탱크로 변신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그런데도 전경련은 현실에 안주해왔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우회지원에 이어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출연금 모집 의혹 등 추문이 잇따르면서 전경련 '개혁론'을 넘어 '해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창립 55년 만의 최대 위기다.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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