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집값 못잡는 집값정책] 수도권 택지개발 8곳 규모 너무 작아 집값 잡기에는 한계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6 17:10

수정 2018.09.06 17:10

대단지 2~3개 규모 수준 주변지역만 떨어질수도
실제입주까지 4∼5년 걸려 공급확대 효과 미미할듯
[집값 못잡는 집값정책] 수도권 택지개발 8곳 규모 너무 작아 집값 잡기에는 한계


정부가 경기 과천 등 7개 시 지역에서 택지개발지구 8곳을 조성하기로 한 가운데 택지지구 개발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택지개발 규모가 신도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크기로 작아 공급확대 효과가 미미하고,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택지지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분양이 시작되기까지 적어도 3년 정도가 필요한 데다 실제 입주가 이뤄지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창현 의원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지역 7개 시에서 후보지 8곳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 8곳은 안산시(2곳), 광명시, 과천시, 의왕시, 의정부시, 시흥시, 성남시 등으로 이곳 총 542만㎡에서는 3만9189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택지지구 규모 너무 작아…2~3개 대단지 규모 수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잠정 후보지로 알려진 곳은 입지가 좋은 곳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은 게 문제"라며 "기껏해야 아파트 대단지 2~3개 규모의 크기로는 신도시라고 할 수도 없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입지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과천과 광명, 의왕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신도시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330만㎡ 이상) 과천은 주암동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일대 115만㎡가 대상이다. 이곳에는 공공주택 위주로 7100가구가 들어서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신혼희망타운(5701가구)으로 조성하겠다고 한 지역으로, 이번에 면적이 조금 늘었지만 중소 규모다. 또 의왕은 월곶판교선 청계역이 예정된 포일동 일대 26만5000㎡ 부지에 2000가구 규모다. 광명도 59만3000㎡ 규모의 부지에 4920가구가 공급된다. 거의가 택지지구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만 해도 9510가구에 달하는데 택지개발지구라고 하지만 공급가구 수가 고작 5000가구 안팎이면 시장에 큰 자극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값 덜 오른 지역에 택지지구 지정하면 주민 반발은?

소규모 택지지구로 조성되면 도로를 비롯한 생활기반시설 문제도 우려된다. 신도시처럼 규모가 큰 택지개발지구는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지지만 5000가구 안팎의 아파트 단지만 덩그러니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는 330만㎡ 이상의 택지개발지구로 최소 2만~3만가구 이상이 들어서기 때문에 공공도서관, 학교 , 상업시설 등 주민을 위한 생활자족기능이 잘 갖춰진다.

또 인근 지역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돼 택지지구 지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가능성도 낮다. 당장 안산, 군포, 의정부 지역은 이미 공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다른 지역보다 집값 오름세도 크지 않은 곳이어서 향후 이곳에 저렴한 공공주택이 공급될 경우 주변 집값이 내릴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에 공급될 택지지구에서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 분양할 방침이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주변 집값이 일부 내리거나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서울과 주요 지역은 계속 오르는데 오히려 주변지역 집값만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번에 신창현 의원이 택지지구 지정에 앞서 자료를 미리 공개한 것도 주민 협의절차 없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의 반발이 거셀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사 택지공급까지 3년…입주는 5년 이상 걸려야

택지개발지구 지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적어도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확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택지개발지구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일단 택지개발지구 지정에만 1년 가까이 걸리고, 아무리 빨리 보상을 진행해도 1년 넘게 걸린다"면서 "지금 후보지가 지정됐다 하더라도 3년 정도 지나야 택지공급이 이뤄지고, 이후 분양을 시작하면 족히 5년이 지나야 입주를 시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택지지구 내 주택공급 과정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자치단체와 기초협의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 후 국토부에 제안서를 접수하면 국토부가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이후 주민공람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한 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을 거쳐 택지지구를 발표하게 된다. 이 과정만 해도 1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또 보상절차도 주민 반대가 없다는 가정에서 진행해도 1년 이상 걸리게 된다.
이 과정이 다 지나야 철거와 토지공급이 이뤄지고 비로소 택지가 건설사 손에 쥐여지게 된다. 즉 분양을 시작하는 데만 아무리 빨라도 3년 안팎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발생하면 그 기간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지개발지구 지정은 공급을 당장 늘리는 효과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더 큰 것"이라며 "택지개발지구 규모를 더 키워야 하지만 아무래도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서 신도시급 택지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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