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집밖 나와야 SOS 치는데…학교 못간새 옆집 아이 죽어갔다

뉴스1
9살 의붓딸을 학대한 계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당시
9살 의붓딸을 학대한 계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6.15/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당시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의붓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6.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편집자주]올해 1~5월 아동학대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1656명에 달한다. 가해자 대부분 아동을 보호해야 할 부모였다. '창녕 여아 학대' '천안 계모 사건'만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아동 학대 사례는 수두룩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동학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뉴스1>은 그동안 숨겨졌던 아동 학대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고 주요 연구 결과와 수사관 인터뷰, 해외 처벌 사례를 바탕으로 근절 방안을 모색한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황덕현 기자 = 집안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3세와 5세 유아는 사실상 버려진 것처럼 방치된 상태였다. 보호자는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보호자 없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사건일지를 작성했다.

발견 당시 유아 1명은 탈장 증세를 보여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아이 엄마를 아동 학대(방임) 혐의로 수사하다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지난 3월 경북 한 가정집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경북은 대구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지'로 지목되고 있었다.

지역 시민 상당수는 1~2m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며 집안에 머물렀다. 그러나 '감염 안전지대'라는 집안은 일부 아동에게는 흉기처럼 위협적인 공간이었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수는 4078건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 4049명보다 오히려 29명 늘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1656명으로 집계됐다.

범인이 검거돼도 환호할 수 없는 사건이 아동학대다. 수사관들은 "검거의 기쁨보다 착잡함이 더 크다"고 털어놓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며 "아동학대 112 신고 대응 수준을 '코드3 이상'에서 '코드1 이상'으로 격상해 현장에 긴급 출동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가정집이었다. 생후 18개월된 영아는 발육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호자는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방임과 관리 소홀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40대 여성 A씨는 초등학생 아들 2명을 강서구 개화산 중턱으로 데려갔다. 8살, 9살과 된 아동이었다. 아이들은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시44분쯤 아들 2명을 나체 상태로 개화산에 방치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말썽을 피운다는 게 A씨의 범행 이유였다. 새벽녘 아이들은 맨발로 산에서 내려오다가 시민에 발견됐다. 당시 아이들 발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경상남도 창녕에 사는 의붓아버지 B씨와 친모 C씨(27)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딸 D양을 쇠사슬로 묶었다. 하루 한 끼만 딸에게 먹였다. 베테랑 수사관들조차 "학대가 아닌 고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이른바 '창녕 9세 여아 학대 사건'이다.

충남 천안에서도 계모의 '고문 같은 학대 사건'이 일어났다. 가로 44㎝·세로 60㎝·폭 24㎝ 여행용 가방에 9살 의붓 아들을 가둔 사건이었다. 계모는 아이가 들어 있는 가방 위에 올라가 뛰고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해 가방 쪽으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아이는 7시간 동안 그대로 갇혀 있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계모의 범행 이유는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계모는 지난 29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01~2017년 누적 기준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총 251건이다. 그러나 학대받다가 끝끝내 숨진 아동의 수를 정확하게 통계 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에서는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는 '출생 신고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출생 신고되지 않은 아이의 사망 사례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제1저자) 등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 논문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유형 및 특성'에서 "감독 소홀(부주의) 방임으로 발생한 아동 사망은 실제로 훨씬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방임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아동학정보시스템에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 등은 "아동 학대 사망은 은폐하기 쉽고, 사망원인을 밝혀내거나 학대로 발생한 사망이라고 규명하기 쉽지 않다"며 "영아 사망이나 방임, 정서학대에 따른 사망 등은 더욱 숨기기 쉽고 규명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코로나19는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전국 학교들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아이와 학대 부모 간 대면 기회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진 경찰청 아동청소년 수사계장은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가정에서 발생하고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가 있다"며 "아동들이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대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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