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오너의 책임경영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7 16:50

수정 2020.07.27 17:52

[기자수첩] 오너의 책임경영
코로나19가 중국을 매섭게 휩쓸던 올해 2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중국 우한행 전세기 탑승 소식에 두 눈을 의심했다.

국적기 대한항공의 수장이기에 가능한 책임경영의 본보기라 생각했다. 일각에선 '오너리스크 이미지 세탁용 쇼' '민폐', 심지어 '밥숟가락 얹었다'는 지적까지 쏟아졌지만, 제 아무리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싸움이 한창이라도 중국행을 결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경제위기는 대기업 총수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일선 현장을 부지런히 다니는 총수 중 한명이다.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지난 5월에 이어 이달까지 두 차례나 전기차 회동을 하는 등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 결속도 틈틈이 다지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전장 등 삼성 사업장 전반을 두루 살피며 사업 방향을 직접 지시하고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에 힘쓰고 있다.

이 부회장의 광폭행보를 지켜본 여론은 긍정 반응을 내비치며 혹시 모를 총수 공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총수 중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신경 쓰는 인물로 꼽혔다. 이 때문일까. 이번주 내로 검찰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민심은 단죄보다 선처로 기운 듯하다.

한쪽에선 중요한 사법처리를 의식한 '한 철 행동'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여론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검찰수사심의위도 한 달 전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일각의 따가운 시선에 개의치 않고 검찰 결정이나 재판 진행과정과 상관없이 하던 일 그대로 하면 그만이다. 보여주기식 경영활동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글로벌 1등 기업의 책임있는 총수로서 '원래 해오던 일인데 뭘 새삼스럽게 주목하냐'는 식으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앞에서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삼성전자 임원의 말마따나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seo1@fnnews.com 김서원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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