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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수소충전소 구축, 정부가 주도하라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5 18:09

수정 2020.10.05 18:09

[여의도에서] 수소충전소 구축, 정부가 주도하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이후 '수소'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여러 경기부양책을 쓰는 과정에서 수소차 보급, 수소충전소 확대 등 이른바 '수소경제' 활성화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보면 오는 2025년까지 총 7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그린뉴딜의 핵심정책으로 수소가 거론됐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승용과 버스, 화물 등 수소차 20만대(누적)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도 450대(누적)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은 우리 기업의 수소차 기술력으로 본다면 달성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출시 2년4개월 만인 지난 7월 누적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수소트럭이나 수소버스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글로벌 수소차 시장 세계 1위다.

그러나 수소차 보급과 함께 수반되는 수소충전소 보급 상황을 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수소충전소 보급이 가장 낙후된 지역은 강원도다. 강원도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600대 넘는 수소차를 보급했다. 그렇지만 정작 수소충전소는 강원도를 통틀어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강원도 수소차 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 경기도까지 왕복하고 있다. 수소차가 1000대 넘게 보급된 서울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 시내에 설립된 수소충전소는 총 4개로 양재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정문, 강동, 상암 등 총 4개다. 이 가운데 양재와 상암에 위치한 수소충전소는 시설 개선 등의 이유로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서울 시내에 2곳이 전부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소충전소 설립 확대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서울시 상황을 보면 일원동 탄천 물재생센터 내에 설립될 계획이었던 수소충전소가 사실상 무산됐다. 양재동에 위치한 수소충전소 재개장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화랑로 태릉골프장 옆 국유지에 수소충전소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설립 허가권을 가진 자치구들이 규정에 없는 주민설명회 요구를 지속하면서 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수소충전소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주민 반대를 이유로 주민설명회가 없으면 사업허가가 어렵다는 것이 자치구들의 입장이다.

물론 주민들이 충전소 도입을 반대할 경우 조율을 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자치구들이 수소차 차주의 수소충전소 설립을 요구하는 민원에는 눈을 감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을 진행할 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대립하기 마련이지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관이 한쪽의 편만 드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처럼 꼬여버린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장본인은 처음 계획을 만들었던 정부다. 현재 정부는 지자체나 민간에서 부지를 마련하면 수소충전소 설립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데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소극적인 모습으로는 수소경제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정부 목표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수소충전소 설립 예정지 발굴부터 수소기술의 안정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지자체와 자치구 간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 등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수소충전소 설립이 실마리를 풀 수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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