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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은행원이 "클릭 한번만" 지인요구 거절못해 해킹 도와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7 07:14

수정 2020.12.07 07:14

24년차 은행원이 "클릭 한번만" 지인요구 거절못해 해킹 도와
[파이낸셜뉴스]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은행 전산망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24년차 은행원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은행에 실질적인 피해가 없어 1심에 비해 감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반정모·차은경·김양섭 부장판사)는 은행 내부망에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원심(징역 1년6개월)을 파기,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24년차 은행원 A씨는 2017년 12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은행 전산망에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반입해 실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A씨 지인은 "아는 사람이 거액의 외환 자금을 들여와야 하는데 외환 업무 쪽 정보를 가져가야 한다. A씨가 사내 메일로 받은 프로그램을 한번만 클릭해주면 그쪽에서 알아서 정보를 가져간다고 하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클릭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은행 내부전산망의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는 불법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A씨 지인은 2018년 4월까지 총 177회에 걸쳐 은행 내부전산망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지인은 은행의 데이터 결과물을 통해 돈을 빼돌릴 계획이지만, 실제로 돈을 빼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7월 은행에서 퇴사했다.

재판부는 "A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급여 관련 프로그램인 것으로 알고 그를 도와줬다"며 "A씨가 내부통신망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전자금융기반시설에 접근한 횟수 및 그 기간을 고려하면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A씨 스스로 범행을 중단해 은행에 실질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이 전혀 없고, 다른 공범들에 비해 A씨에 대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섭다고 판단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고도의 보안 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은행원으로서의 직무를 저버린 채 다른 공범과 공모해 내부 정보를 유출해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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