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인아미안해' 16개월 정인이, 입양부터 사망까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4 11:15

수정 2021.01.04 15:08

4일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화제
지난 1월 입양 뒤 10월 사망해
3차례 신고 있었지만 조치 無
검찰은 아동학대치사죄 적용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 시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정인양 생전 3차례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끝내 사망했다는 사실에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들은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를 통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엔 4일 오전 11시 기준 4만100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생후 16개월째에 사망한 정인양 입양 전후사진. fnDB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생후 16개월째에 사망한 정인양 입양 전후사진. fnDB

■16개월 입양아 사망··· 명백한 人災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과 7월, 10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정인양 학대 신고를 접수했으나 가해 양부모와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5월 첫 신고자는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였다.
정인양 몸 곳곳엔 멍자국이 관찰됐다. 교사는 의도적 폭행이라고 직감했다.

신고를 받은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에 출석한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는 아이에게 안마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멍이라고 진술했다.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내사종결처리했다.

정인양은 이후 어린이집 결석이 잦아졌다. 7월엔 10번, 8월엔 20번이나 결석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정상등원한 날은 불과 6일이었다. 이 기간 양부모 친딸 안모양은 정상 등원했다.

두 번째 신고는 어린이집 결석이 잦아지던 7월에 있었다. 동네 주민이 신고자였다. 정인양이 차량에 수십분간 방치되는 등 학대정황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거쳐 수사의뢰가 이뤄졌다.

경찰에 출석한 양부모는 아이를 방치한 게 '수면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교육 차원에서 차 안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혐의점이 없다며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이후 장씨가 예민한 태도를 취해 어린이집에도 정상적으로 등원하지 않는 일이 빚어졌다.

경찰이 이 당시라도 아동학대 정황을 심각하게 보고 수사했다면 이어질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막 신고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불과 20여일 전에 이뤄졌다. 이번엔 전문가인 소아과 병원장이 직접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데려온 아이를 진단하며 심각성을 느낀 원장은 경찰에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태만했다. 상처가 있고 영양상태도 좋지 못했으며 전문가 진단까지 나왔지만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두 차례나 신고가 있었음에도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정인양은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생후 15개월, 입양 당시인 생후 8개월때보다 몸무게가 줄어있는 상태였다.

정인양은 20일 뒤인 10월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으로 실려왔다. 온 몸에 멍이 보였다. 정인양은 심정지로 끝내 사망했다.

입양 이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생후 16개월만에 췌장 절단으로 숨진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수목장 묘지에 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간 모습. 양부모가 이곳에 정인양을 안치한 뒤 약 1달 간 찾은 사람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fnDB
입양 이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생후 16개월만에 췌장 절단으로 숨진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 수목장 묘지에 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간 모습. 양부모가 이곳에 정인양을 안치한 뒤 약 1달 간 찾은 사람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fnDB

■살해 고의 없었나··· 살인죄 미적용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는 지난해 12월 8일 나왔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심을 모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적용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추가기소는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비판여론이 일자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을 의뢰했으나 유의미한 입장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앞엔 분노한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권고된다. 살인죄보다 통상 형량이 적게 나온다.

검찰 수사결과와 같은 날 공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이 끊어져 있었다. 서로 다른 시기 총 7개 뼈가 골절됐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사망 당시 생후 16개월이었음에도 몸무게가 8kg에 불과했다. 입양된 지난 1월엔 9kg이었다.
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지속적인 방치와 가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사건이 화제가 된 뒤에야 3차 신고를 처리한 양천서 경찰관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1, 2차 신고 관련 경찰관 6명에겐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입양된 지 9개월여 만에 사망한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서울남부지검 앞에 늘어선 모습. 사진=최서영 인턴기자
입양된 지 9개월여 만에 사망한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서울남부지검 앞에 늘어선 모습. 사진=최서영 인턴기자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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