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취업이민 알선, 계약중단땐 '해제' 아닌 '해지'만 가능"
기사내용 요약
美 취업이민 늦어지자 계약 해제 요구
원심 "계약 원천무효화하는 해제 가능"
대법 "계속적 계약, 해지만 할 수 있어"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해외 취업이민을 알선해주고 돈을 받는 건 일정 기간 업무를 수행하는 '계속적 계약'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기 위해선 원천무효화하는 '해제'가 아닌 앞으로의 계약을 중단하는 '해지'만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와 B씨가 C사를 상대로 낸 수수료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1년 미국으로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해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C사와 계약을 맺었다.
미국으로의 비숙련 취업이민은 보통 노동부의 노동허가, 이민국의 이민허가, 주한 미국대사관의 이민비자 발급 절차로 이뤄진다.
A씨 등은 노동부와 이민국의 허가를 받았으나, 비자발급 자격을 추가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민국이 재심사를 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A씨 등은 C사와 계약을 중단하겠다며 지금까지 낸 수수료 중 90%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각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모두 1만8000달러의 수수료를 C사에 낸 바 있다.
1심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C사가 수수료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A씨 등이 C사와 맺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비자발급 절차가 계속 늦어져 양측이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예 계약을 무효로 하는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민법 548조에 따른 '해제'는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민법 550조에서 규정한 '해지'는 어떤 기간 동안 유지되는 '계속적 계약'을 앞으로 소멸시키는 것으로, 과거 계약의 효력에 관해선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A씨 등이 C사와 맺은 계약을 '해제'하면 C사는 과거 계약이 무효로 돼 받은 수수료를 돌려줘야 하지만, '해지'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양측이 맺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계약은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며, '해제'가 아닌 '해지'만 가능한 것으로 봤다. 취업이민 절차는 장기간 지속하며 C사로서는 계속해서 A씨 등에게 알선·수속 등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계속적 계약인 이 사건 계약에서 A씨 등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발생시키는 민법 550조의 '해지'만 가능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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