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간질환 치료제가 코로나19 침투 막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6 09:17

수정 2022.12.06 09:17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
오가노이드 동물 장기 실험에서
간질환 치료용 약으로 효과 확인
코로나19 바이러스 타깃이 아닌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관문을 차단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포티오스 삼파지오티스 박사와 독일 베를린 보건연구소 루도빅 발리에 교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향후 확산될 변종 코로나19까지도 예방할 수 있는 특허가 만료된 간 질환 치료용 약물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와 기증자의 장기, 동물 실험 뿐만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독특한 조합을 포함한 연구에서도 이 효과를 입증했다.

6일(한국시간)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간 질환 치료용 기존 약물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세포로 들어오는 입구, 즉 ACE2로 알려진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잠글 수 있다. 이 약물은 바이러스가 아닌 숙주세포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생겨날 변종 바이러스와 새롭게 출현할 수 있는 또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약물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그 효능이 입증될 경우,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약물로 공급할 수 있다.

백신은 우리의 면역 체계를 강화해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면서 보호한다.
하지만 백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면역 체계가 약한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모두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새로운 백신 내성 변종으로 변이할 수도 있다.

■유사장기에서 실험 성공
연구진은 면역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백신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데 집중했다. 삼파지오티스 박사는 "UDCA가 애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삼파지오티스 박사는 이전에 '미니 담관'이라는 오가노이드로 담관 질병을 연구해왔다. 오가노이드는 배양에서 성장하고 증식할 수 있는 세포 군집으로, 연구 중인 장기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담관 오가노이드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분자 'FXR'이 바이러스의 '출입구'인 ACE2를 직접 조절해 열고 닫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간질환의 일종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특허만료 약물인 UDCA가 FXR을 낮추고 ACE2 출입구를 닫는다.

또 연구진은 동일한 방법으로 폐 오가노이드와 창자 오가노이드에서도 ACE2 출입구를 닫고 바이러스 감염을 에방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전임상 시험서 변종 차단
이와함께 연구진은 리버풀 대학 앤드류 오웬 교수와 공동으로 전임상 시험 모델인 햄스터로 실험했다. 이 약물은 코로나19에 노출된 햄스터의 감염을 예방했다. 특히 UDCA로 치료받은 햄스터는 델타 변종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됐다. 실험 당시 이 변종은 새로운 것이었으며, 기존 백신에 일부 내성이 있었다.

오웬 교수는 "이번 실험 데이터는 UDCA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인구 집단에서 백신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약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영국 뉴캐슬 대학의 앤드류 피셔 교수와 애든브룩스병원의 크리스 왓슨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의 폐에서도 효능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기증된 폐 한쌍을 구해 인공호흡기로 몸 밖에서 호흡하게 하고 펌프를 이용해 혈액과 같은 액체를 순환시켜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장기 기능이 유지되도록 했다. 한쪽 폐에 약물을 투여한뒤 두쪽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그결과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폐는 감염된 반면, 약물을 투여한 폐는 감염되지 않았다.

■임상 지원자 8명에서도 효과 확인
최종적으로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 의료 센터의 안스가르 로제 교수와 협력해 약물실험에 자원한 사람들에게 테스트했다.

로제 교수는 이 약물을 테스트하기 위해 8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모집했다. 전면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니지만, 두 독립적 환자 집단의 코로나19 데이터를 살펴봤다. 이미 간질환으로 UDCA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와 이 약을 먹지 않은 환자를 비교했다. 그결과, UDCA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중증으로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케임브리지대 제1저자이자 박사과정생인 테레사 브레비니는 "이 UDCA 약물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통로를 막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삼파지오티스 박사는 "이 약물은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알약은 비용이 적게 들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저장과 배송이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종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새로운 백신을 기다리는 동안 이 약물을 신속하게 배포해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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