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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코로나 겨우 버티는데…소상공인 줄폐업 할 것"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05 05:00

수정 2023.02.05 13:01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의 상점에 '폐업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의 상점에 '폐업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의 시름 소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직원보다 못 버는 사장, 아르바이트비도 줄 수 없는 나홀로 사장' 등의 언론 보도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지난 정부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충격, 배달 및 플랫폼 비용 부담으로 직원보다 못버는 사장님이 많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앞으로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언론사들은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게 되면 '줄폐업 할 것'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고 자영업자들도 "이제는 정말 한계다. 폐업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토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그 가능성을 검증해 봤다.

정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추진

5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1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원이 4명 이하인 모든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 연차휴가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논의를 거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56조), 연차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규정(60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24조), 부당해고 시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규정(28조) 등을 적용 받게 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1998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범위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4인 이하 사업장은 일부 조항만 적용하고 있다. 영세사업장의 형편이 어렵고 법을 지키는지 일일이 감독하기에는 정부의 손이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 1월 브리핑에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개정 수용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봐서 이번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2~3년간 코로나도 있었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에 대한 적용규정을 제외됐던 모든 규정을 다 한꺼번에 적용하기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2021년 종사자규모별 사업체수 /통계청 제공
통계청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2021년 종사자규모별 사업체수 /통계청 제공
"소상공인 죽으라는 것" 줄폐업 우려

그러나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근로기준법까지 적용되면 한계에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비용 부담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525만1614개로 전체(607만9702개)의 86%를 웃돈다. 10개 중 9개에 이르는 사업장이 앞으로 새로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영세한 이들 사업장에서 연장, 야간 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까지 제공한다면 소상공인의 비용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코로나 사태 등을 힘들게 버텨왔는데 결국 폐업하라는 것'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아이디 아수스는 "주휴수당폐지 해달라니까 정부는 죽으라며 더 큰 폭탄을 던지네.. 소상공인 죽이기.. 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고 토로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몇년간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돼 자영업자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근로기준법까지 적용된다면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일이 마비될 것"이라며 "1~2명 직원 데리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은 공포까지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주인이 계속 일하는 수 밖에 없다"며 "그럴바에 아예 가족경영을 하거나 폐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받은 자료
/김상훈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받은 자료
2021년 '직원보다 못 버는 사장' 20만명 육박

만약 근로기준법 적용을 버티더라도 직원보다 돈을 못버는 사장님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상훈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 규정'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낸 자영업자는 19만7007명이다. 이 규정은 자영업자(사장)의 소득이 사업장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보다 적을 경우, 이 직원의 임금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해 내게 하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사업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2000년부터 도입됐다. 결국 2021년에는 2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본인 신고 소득이 아닌 가장 월급이 많은 직원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낸 셈이다.

이처럼 직원보다 못버는 사장은 2017년 16만4863명에서 2018년 19만1353명, 2019년 20만8591명, 2020년 24만2769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누적 인원은 100만4583명이다. 이들에게 5년간 추가로 걷은 건보료는 3594억원에 달했다. 사장님들의 신고소득 기준 건보료는 4116억원이었지만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 기준에 따라 7710억원을 낸 것이다.

특히 보수월액 간주 규정을 적용받는 사업장은 대부분 영세한 곳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2021년 이 규정을 적용받은 사업장 10곳 중 8곳(83.7%·15만4577개)이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었다. 5인 이상∼10인 미만 사업장도 12.6%(2만3336개)나 됐다.

통계청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통계청 제공
통계청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통계청 제공
나홀로 사장도 증가세...결국 고용 악화로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 등으로 직원보다 못버는 사장님이 늘면서 직원 없는 나 홀로 사장님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전년(420만6000명)보다 6만1000명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혼자 또는 무급가족종사자와 함께 독립적 형태로 전문적 업을 수행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명 이상의 유급 고용원을 두고 사업을 경영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사업규모가 작고 영세한 경향이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영세화가 지속됐다는 의미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19년 406만8000명, 2020년 415만9000명 등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30%에 육박하면서 영세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입은 데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이 사회적 거리두기 추세에 따라 고용원을 줄인 영향이란 분석이다. 배달 대행업체 소속 플랫폼 종사자가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어난 점도 한몫 했다.

"방향은 맞지만 피해 우려...점진적 도입해야"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아직 우리 경제구조 안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하는 것은 소상공인들에게 큰 물질적 부담이 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난방비, 코로나, 최저임금 등 몇년간 어려운 상황으로 체질이 약화된 상태에서 법 적용으로 물질적인 부담이 더 증가한다면 현장에서는 폐업 뿐만 아니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급변하는 경제에도 엄청난 리스크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 '상시 5인 미만 사업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는 '근로자 보호 필요성의 시급성'과 '사용자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적용할 규정으로는 모성보호 관련 규정,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관련 규정, 휴업수당 규정을 꼽았다. 모성보호는 노동인권을 떠나 인간의 삶 그 자체에서 중대한 부분인 만큼 시급성이 인정되고, 나머지 두 규정은 생계유지를 위한 임금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사용자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인건비 증가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정부도 제도의 소프트랜딩에는 공감하고 있다. 근로자 인권 보호 등 반발이 적은 것부터 빨리 도입하고, 여력이 생기는 대로 추가해야 수용성도 높아지고 저항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환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사업주에게 부담이 되는 것과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부분을 같이 놓고 봐야 한다"며 근로자, 소상공인을 둘다 보호할 수 있는 단계적 적용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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