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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공정거래 자율준수 확산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3 18:54

수정 2023.07.23 18:54

[차관칼럼] 공정거래 자율준수 확산 기대
개정 공정거래법이 공포된 지난 6월 20일은 공정거래 제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날이었다.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의 중요한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CP)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CP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제정해 운영하는 교육·감독 등 내부 준법 시스템을 이르는 말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기업의 자율준수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법적 근거는 이번에 마련됐지만 사실 CP의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거래법 제정 20주년이 되던 2001년 공정위의 법 집행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 관련 법령을 지키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는 기업들의 자율준수 규범 제정·선포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민간 주도로 시작된 CP는 지난 20여년을 지나오면서 어느 정도의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보급되고 성장해 2022년 말 기준 약 730개 주요 기업이 도입해 운영 중인 대표적인 내부 준법경영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공정위 법 집행뿐 아니라 CP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공정위 법 집행에 앞서 기업이 CP를 통해 공정거래 문화를 스스로 정착시켜 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공정거래 질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도 CP를 통해 공정거래 규범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바람직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해외에서도 CP를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는 CP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성화 논의를 지속해 왔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 경쟁당국도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준을 결정할 때 CP 도입 및 효율적 운영 여부를 주요 고려요소로 삼고 있다.

공정위 또한 민간 주도의 CP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는 CP 활성화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CP 법제화 추진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에 지난 2월에는 뚜렷한 혐의 없이 기업의 CP팀 등 준법지원 부서를 조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6월에는 23년 만에 CP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결실을 거두게 됐다.

앞으로 공정위는 이번 법제화가 실제 CP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위규정 마련 등 남은 과제들을 꼼꼼히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과징금 감경 등 법령상 인센티브 내용을 구체화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 또한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다.


공정한 거래 문화라는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자율준수가 공정위 법 집행 사이사이의 작은 틈새를 메워줘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앞으로도 CP 제도가 기업 내 '작은 공정위'로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꽃피우도록 함으로써 건전하고도 지속가능한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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