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내서 빚갚는 채무자 450만명… 취업 지원해 재기 돕는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0 18:13

수정 2023.11.20 18:13

금융위 ‘서민금융 효율화 대책’
"대출 늘리는 게 능사 아니다"... 채무자 자활·재기 맞춤 지원으로
소득창출 능력 회복하는데 중점... 고용부 등 기관과 지원방안 논의
빚내서 빚갚는 채무자 450만명… 취업 지원해 재기 돕는다
정부가 서민금융 정책으로 '취업과 연계한 재기지원 시스템 구축'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진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주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데 그치지 않고 맞춤형 취업 및 재창업 지원 등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는 소득 창출 능력을 회복시켜줄 방침이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발표 예정인 '서민금융 효율화 대책'에 이같은 내용의 서민 재기지원 시스템 구축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정책금융상품 통합 방안 △지속가능한 서민금융 재원 마련 방안 △서민 자활·재기를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한 서민이 또다시 같은 상품에 기대지 않고 빚을 갚아나가려면 근본적으로 소득 창출 능력이 회복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복합적인 재기지원 방안, 자활지원방안을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다양한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서민금융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액생계비대출 등을 받는 구직자에게 통합적인 취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금원이 서민금융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구직자에게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고용노동부는 취업활동계획 수립부터 직업훈련·일경험 및 취업알선까지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전체 서민금융 지원 대상자로 확대해 정부 차원의 통합 서비스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가계 및 자영업자들이 45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서민금융 확대로 부채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수는 올해 2·4분기 말 448만명에 달한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1.5%다.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더이상 금융권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급전 창구만 늘려줄 경우 상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취약계층의 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위험 신호가 들어온 만큼 △신용관리교육으로 이용자의 신용개선을 지원하고 △신용상담을 통해 과다채무자를 채무조정제도로 안내하며 △직업 훈련과 취업 알선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시기에 대규모로 풀린 정책금융을 전반적으로 줄이면서 시장 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시기"라며 "취약계층의 취업 지원을 통해 채무구조 개선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