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니까"..대통령 한마디에 중처법은 어디로
野, 유예시 사망사고 증가 우려
당정대 한목소리에도 법안 통과 여부 불투명
[파이낸셜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를 두고 당정대와 여당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정대는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경영 여건을 감안할 때 아직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예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021년 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은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인데 정부와 여당은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부가 취약 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며 "영세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중소기업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역시 고스란히 근로자들과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법안 처리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당정대 기조에 날을 세우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23명 중 무려 61%인 1371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여전히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르냐"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법 유예와 관련해 민주당은 3가지 원칙을 반복해서 제안했지만 정부는 어느 하나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 어떤 준비도 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적용 유예 관련 여론몰이만 하다가 불과 열흘 앞두고 2년 추가 유예 법안을 국회 보고 처리하라는 일방 통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 논의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예방 예산 2조원 확보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만약 유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중대재해 대책 추진단을 조속히 구성·운영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신속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또 사업주·근로자가 함께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추가 지원방안도 지속 강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정부, 경제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83만7000개의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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