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계엄에 탄핵에.." 발목잡힌 '의료개혁' 갈등만 지속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3 17:25

수정 2024.12.23 17:25

해결 실마리 보이지 않는데 갈등 강도만 높아져
위기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 동력 떨어진 상황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여야의정 협의체 새롭게 출범" 제안
민주당 "국정협의체서 논의하면 될 일"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의정갈등이 '탄핵 정국'이라는 격랑을 만나 표류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개혁도 난항에 부딪혔다.

44년 만에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의료개혁은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다만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대한의사협회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여야의정 협의체를 새롭게 출범하자"고 제안해 의정갈등 해결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다음 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꽉 막힌 의정갈등을 풀기 위해 추진되는 이번 법안은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윤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으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해 의대 정원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의 개정안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과 이전 학년도 증원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 조정이 필요할 경우, 이를 줄이고 정원을 감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의료계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이처럼 탄핵 정국 속에서 의정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 상황이 의정갈등의 전환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린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상황이 더 나빠졌고,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크게 약화돼 의료개혁이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의료개혁 추진을 포기하라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의료계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모여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을 둘러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의료계는 '졸속 독단 의대 증원, 원점에서 논의하라',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료정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의정갈등과 의대 증원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이번 탄핵 정국이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정책을 재검토할 기회"라며,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대 증원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 단체 3곳이 참여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 전달 체계 정상화 등 주요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도 멈춰 있다.

의료개혁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여야 의정 협의체 역시 탄핵 정국 속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 힘은 "대한의사협회가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여야의정 협의체를 다시 추진하자고 제안"한데 반해 민주당은 "국정안정 협의체에서 논의하면 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계엄 여파로 지연된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증원과 공공의료 강화를 기존 계획대로 이어가고,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비급여 진료를 관리하는 등 의료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발표한 대책들은 착실히 추진하고,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완·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의개특위와 여야 의정 협의체마저 가동을 멈춘 가운데, 탄핵 정국 속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도 상당 부분 상실됐다.
이에 따라 300일을 넘긴 의정갈등 사태는 해를 넘겨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고 해결 전망도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