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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이재용과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은효 산업부
조은효 산업부

"솔직히 삼성만 '저렇게' 되지 않았어도 (아무)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항소심 무죄판결(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이 나던 날, 윤석열 정부 경제라인 고위 관료의 말이다. "3년 연속 세수펑크에 외국인 투자자 이탈, 주가지수 하락…삼성전자만 제 역할을 해줬더라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을 것"이란 탄식이었다. 분명 한국 경제 간판기업 삼성의 경쟁력 약화, 역할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등 크게 총 두 건의 사건으로 이재용 회장이 검찰수사와 재판으로 보낸 시간은 횟수로 무려 10년이다. '560일 구속수감, 약 187회 법정 출석.' 대기록이다. 총수의 오랜 경영공백,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는 투자실기, 상황 오판을 낳았고 이는 다시 파운드리,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휴대폰 사업 위기로 점철됐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집중했어야 할 삼성의 자원과 관심이 총수의 재판에 허비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시총 500억달러 기업이었던 엔비디아는 1조5000억달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반면 한때 500조원를 넘어섰던 삼성전자의 시총은 300조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외국인 지분 50%선도 붕괴됐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에 추월을 허용, 반도체 1위 타이틀마저 내어줬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이제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이 1등의 기억, 1등의 자존심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고 했다.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를 받아냈지만, '이재용 회장의 잃어버린 10년'도, '삼성의 잃어버린 10년'도 모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고 검찰이 강행했던 사건이다. 무리한 수사·기소에 대해 책임지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렇게 된 삼성'의 문제는 비단 경제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제2의 인계철선'이다. 미국이 한국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가 바로 반도체라는 뜻인데, 최근엔 이마저 위태롭게 보인다. 대만,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까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법원 상고기한은 오는 10일이다. 1, 2심 총 19개 혐의에서 모두 무죄가 난 사건이다. 지금 삼성엔 시간이 없다. 한국의 신인계철선인 반도체 산업 역시 시간이 없다. 총수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 장장 10년이다. 검찰도 칼을 거둘 때다. 이미 삼성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법전쟁을 치르며 많은 것을 잃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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