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컨트롤타워가 없다 4·<끝> 통상 전문가 진단
!["트럼프, 양보와 협력 요구하지만… 中, 관세압박 견딜 것"[관세전쟁]](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1819293359_l.jpg)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 등에 90일간 관세 부과 유예를 결정했다.
▲곽 교수=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전방위적인 부정적 신호를 감지하고 판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내부저항, 공화당 내부의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 미국이 무역전쟁의 주요 대상으로 삼은 국가는 이미 중국으로 정해져 있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미국이 설정한 무역이슈에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마지막 관세 결정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남은 90일 안에 협상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중국에 보복관세를 더 부과한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본다. 중국은 자국 내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이미 15년 전부터 스마트 제조를 도입했고, 생산 품질과 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전략물자 수출제한을 걸었을 때 극복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전쟁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90일 유예기간은 각국과 '맞춤형 협상'을 벌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관세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다. 예를 들어 상호관세 인하,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통합 협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압박은 더 강해질 수 있다.
▲허 교수=미국 내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트럼프 지지층의 실질소득 감소,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트럼프 정책의 성과 내지 유효성에 대해 지지층 사이에 의문이 생긴 것이 이유이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75개국과 무역협상을 한꺼번에 하기도 어렵다. 국가 간 협상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벌면서 충격을 완화하고,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양보와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본다.
―대통령 공백에 따른 리더십 부재 우려가 있는데.
▲최 교수=리더십 공백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사전에 협상할 수 있어야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실무 공무원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사안을 직접 결정하는 성향이 강해 깊이 있는 실무 협상이 어려웠고, 그 결과 반도체 등 한국 산업이 주요 타깃이 됐다.
▲허 교수=리더십 공백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수준이 심각하다고 보진 않는다. 일본도 정상회담을 했지만 24%의 관세를 부과받은 전례가 있다. 정상회담은 협상의 본질이 아니라 유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양보와 협력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를 선호한다. 앞으로 2개월 이상 대통령 부재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장관 중심의 협상을 통해 불리하지 않게 조율하는 것이 선방이다.
▲곽 교수=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는 정치적 개입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다. 전문관료 중심으로 운영되며, 특히 통상관료들에게는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된다. 현재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도 안덕근 장관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통상업무는 몇 년씩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산업부는 진보나 보수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부처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허 교수=미국 내 기업 유치로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핵심은 무역적자 축소와 미국 내 공장 및 일자리 창출이다.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 두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전략적으로 잘한 사례다. 이들의 투자계획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GM처럼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향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곽 교수=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왔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고려하면 100% 유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중저가 제품은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중하위 소득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교수=미국에 진출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인지 미리 검토했어야 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전부터 캠프와 접촉해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미 투자를 레버리지로 삼아 관세 수준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관세회피를 위해 생산기지를 상호관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다변화하는 정책도 병행했어야 한다. 이런 대응을 사전에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최근 한중일 FTA에 대한 논의가 재개됐는데.
▲곽 교수=한중일 간 무역 의존도는 매우 높아 우리나라에도 유리한 협상이다. 최근 다시 논의되고 있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3국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연계된다. 특히 일본이 처음으로 참여한 다자간 FTA가 RCEP이기도 하다. 세 나라가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실익이 있는 협력이 가능하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미국의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동맹국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일본조차 한중일 FTA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결과다.
▲허 교수=한중일 FTA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 실질적인 자유무역 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협상 추진 자체가 우리에게 불리하지는 않다. 이는 미국에 대해 한국이 동북아에서 독자적인 경제협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미국의 무역보복이 현실화되면서 한중일 FTA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메가 FTA가 체결되면 생산 증대는 물론 미국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논의가 지체됐지만, 이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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