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별장 빨리, 쉽게 가려고"… 산에 '개인용 터널' 뚫은 회장님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8 04:15

수정 2025.04.18 11:16

포르쉐 회장, 잘츠부르크 산 관통 건설 계획… 시민들 반대 시위
포르쉐 로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르쉐 로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인 독일 포르쉐의 회장이 자신의 별장에 쉽게 가려고 오스트리아 산등성이에 개인용 터널을 뚫으려던 사실이 들통나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DPA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포르쉐 창업주의 손자인 볼프강 포르쉐 회장(82)이 오스트리아의 음악 도시로 유명한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카푸치너베르크 산을 관통하는 480m 길이의 터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포르쉐 회장은 2020년 이 곳의 별장 한 채를 900만 달러(약 120억원)에 매입했다. 17세기에 지어진 별장은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거주한 곳이다.

카푸치너베르크 언덕에 있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는 있지만,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가려면 가파르고 좁은 도로를 차로 올라가야 한다.

이에 포르쉐 회장은 카푸치너베르크 산에 개인 터널을 뚫어 별장과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별장 지하에 차량 12대를 세울 수 있는 사설 주차장도 만들려고 했다.

이 계획은 보수 성향인 오스트리아국민당 소속인 전 잘츠부르크 시장으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시장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진보 성향의 녹색당 등 일부 시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시의회 녹색당 대표인 잉게보르크 할러 시의원은 “개인이 산을 뚫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 “슈퍼리치를 위한 특혜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 시의회는 다음 달 중순 포르쉐 별장 지하 주차장과 터널 공사 관련해 도시 계획 변경안을 표결에 올릴 예정이다.
보수당인 국민당은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진보성향의 녹색당은 터널을 뚫는 행위는 공공 재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이날 잘츠부르크 주민들은 공사를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잘츠부르크에 사는 그래픽 디자이너 니콜 마쿨라는 “슈퍼리치의 일에 도시는 즉각 움직이지만, 대중교통같이 중요한 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