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마이넬리 지옌(Z/Yen)그룹 회장을 만나다
전통 금융허브 흔드는 핀테크
부산이 신흥강자로 도약할 무기
금융자본 접목 분야 확대 나서야
국제금융센터지수 119곳중 24위
글로벌 투자자 위해 규제 살피고
인접국과 네트워크 연결은 필수
국제표준 인증은 신뢰도 높일 것
전통 금융허브 흔드는 핀테크
부산이 신흥강자로 도약할 무기
금융자본 접목 분야 확대 나서야
국제금융센터지수 119곳중 24위
글로벌 투자자 위해 규제 살피고
인접국과 네트워크 연결은 필수
국제표준 인증은 신뢰도 높일 것
마이넬리 회장은 현재 지옌그룹 회장과 런던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2023~2024년 영국 런던금융특구 명예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옌그룹은 세계 주요 도시들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매기고 발표하는 영국 기반의 글로벌 컨설팅 그룹이다.
부산시는 올해 지옌이 발표한 GFCI에서 24위를 차지했다.
마이넬리 회장은 "부산은 특히 해양·물류, 핀테크, 바이오헬스 등 테크(Tech)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국제 금융허브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부산이 국제회의 개최, 직항노선 증대, 금융산업 관련 네트워크 확대 등을 통해 도시의'연결성'을 증진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최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핀테크 등장에 따라 지리적·전통적 금융허브 개념이 약해지면서 지금이 부산이 디지털금융 허브의 신흥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적기라고 내다봤다. 전통적인 금융도시인 런던·홍콩·싱가포르가 앞서 나가고 있지만 부산이 지닌 테크산업의 강점에 금융을 융합하면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는 논리다. 다음은 마이넬리 회장과의 일문일답.
―현 시점에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먼저 마케팅을 꼽고 싶다. 부산은 외국인들에게 관광도시로 명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금융도시라는 인식은 부족하다. 지금 한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K-팝, K-드라마 등 K-컬쳐를 홍보해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데 도시 단위로 내려가게 되면 그 강점이 사라져 버린다. 이는 수도권집중 현상 때문인데 사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국은 기존 금융중심지인 런던뿐 아니라 영국 내 에든버러 등 다양한 지역에 기반 금융거점을 마련토록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연결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독일에서 금융중심지로는 대부분 프랑크푸르트를 떠올리지만 함부르크는 해운·해양 금융분야에서, 그리고 뮌헨은 다수의 상장 기업, 기술 스타트업, 대형 금융 투자자들이 모여 있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단독으로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는 구조다. 부산도 금융분야에 있어 대만 타이페이, 현재 금융중심지를 추진중인 베트남 같은 가까운 도시들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술이다. 한국은 기술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활용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먼저 인공지능(AI) 관리시스템 국제표준 'ISO 42001'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ISO 42001은 조직이 윤리·편향·보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일종의 'AI 사용 설명서'다. 부산도 AI 분야에서 단순히 '우리는 AI 기술이 있다'라고 알리기 보다는 국제표준 인증 획득으로 국제적으로 검증이 됐다는 부분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항공 산업 역시 부산에겐 기회가 열려 있다. 부산의 강점인 해양 금융을 보면 선박 등록, 보험 가입 등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이는 우주항공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금융 자본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부산의 국제금융도시 성장을 위해 영미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선.
▲세계 금융계약과 투자계약, 파생상품 거래의 75%% 이상이 영미법에 기반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영국, 뉴욕, 싱가포르처럼 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선호한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이 있고 파생상품거래소(KRX)가 소재하는 등 국제금융중심지 조성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지만 글로벌 금융기관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미법 계통의 사법체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금융중심지 행정에 대한 신뢰, 금융 감독 및 인·허가 절차에 대한 신뢰,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 절차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투자는 이뤄지기 힘들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자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부산이 '모두에게 규제가 평등하게 적용되는 환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고, 영미법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부산은 뉴욕, 런던, 홍콩을 비롯한 세계 금융도시는 물론 서울과도 금융중심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산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금융 분야는 다양한 거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런던이 아부다비, 두바이 등 다른 도시들의 성장을 계속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글로벌 마켓이 확장되면 런던에 돌아오는 이익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쟁 구도도 앞서 언급했던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의 관계에서 풀어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였던 런던을 찾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히려 에든버러에서 투자를 하라고 조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 1년간 자산운용 분야의 투자에서는 에든버러가 확실히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연결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금융시장에는 서울만 있는 게 아니라 부산이라는 다른 선택권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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