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前 삼성전자 수장의 경고…"韓 다시 '초격차' 벌리려면 골드러시 속 '리바이스' 같은 사고의 전환해야"

임수빈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8 17:01

수정 2025.12.08 16:57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다시 초격차' 북콘서트서 강연
그간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中이라는 큰 변수 간과, 초격차 위해 사고 전환해야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오키드룸에서 열린 북콘서트 '다시 초격차'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오키드룸에서 열린 북콘서트 '다시 초격차'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 주요 발언
주요 워딩 요약
한국 경제 구조적 전환점 해결안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무버가 돼야
기업인들 순수 과학계 등 접촉 늘려야
기술 발전 위해 예외적 금지 뜻하는 ‘네거티브 규제‘ 필요
좋은 리더되기 위한 리더십 강조 희생하는 리더가 돼야 조직도 좋은 결과
임기 안에 성과보다 미래를 보는 투자해야
인재 육성 방안 인력 미스매치 해결 위해 융복합과 등 마련해야
회사에 다니는 의미, 일할 때 흥미, 재미에 보상 더해야 인재 안 떠나

[파이낸셜뉴스] "중국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존에 해왔던 패스트팔로워(빠른 추격자), 쉽게 말해 모범생을 키우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그건 유효하지 않을 것이고, 전방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성기를 이끈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 오키드룸에서 열린 북콘서트 '다시 초격차'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정체 원인을 '패스트팔로워 전략의 유효기간 종료'로 규정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먼저 발굴해 산업화하는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권 전 회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8년 반도체총괄 사장,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핵심 경영자다.

이후 그는 2017년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 올랐을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삼성전자 고문을 맡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초격차’를 외치고 나선 것은 한국 산업 경쟁력이 구조적 전환점에 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대내외적 위기와 인공지능(AI)등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정보통신 분야 등을 제외한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은 내년에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1.0%), 석유화학(-6.1%), 철강(-2.0%), 선박(-5.4%) 등 주력 수출산업 전반이 이미 대외 불확실성 영향을 받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1위 수출품인 반도체 역시 메모리 호황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성장폭은 한 자릿수(5.9%)로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권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수출 규모도 크지만, 반도체, 휴대폰, 조선, 철강, 화학 등 아이템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하나도 없고 다 선진국 것을 카피한 것"이라며 "그것을 물론 훨씬 값싸게 좋게 만들어서 이만큼 왔지만, 점점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권 전 회장은 한국이 과거 성공 모델에 안주하며, 초격차의 자세를 잃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남의 것을 다 보고서 더 좋은 리포트를 만들어 상위권에 올라갔던 방식의 성공에 우리는 취해 있다"며 "우리나라는 하려는 것만 하는, 쉽게 말해 모범생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것을 하려 하면 제약이 너무 많고, 정부 뿐 아니라 기업도 학교도 다 똑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권 전 회장은 "중국이라는 큰 변수가 나타난 것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다"며 "중국은 특수한 국가로, 이런 환경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발상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권 전 회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고의 전환을 주문하며 "골드러시의 승자는 금을 캐서 돈 번 사람이 아니라 리바이스(청바지 회사)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퍼스트무버는 남이 안 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많은 고민과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팅하고 회의하고 자료 찾고 이런 기업 일상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데, 시간적 여유를 주고 순수 과학계 사람들도 만나고 어떻게 산업에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외적 금지를 뜻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권 전 회장은 "성공의 저주처럼 발전 이후 기득권이 생겨 규제개혁이 잘 안 되고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발달한 미국을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이 틀을 벗어나야 우리나라도 선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