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인수조건변경 경매 관심 급증
10·15 대책으로 규제 심해진 데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재개발·재건축 빌라 "없어서 못 사"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빌라 경매
일반 종료 시점 2시간 지나 마무리
지연에 쉬는 시간, 집행관 교체도
10채 이상 입찰하는 사람도 있어
10·15 대책으로 규제 심해진 데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재개발·재건축 빌라 "없어서 못 사"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빌라 경매
일반 종료 시점 2시간 지나 마무리
지연에 쉬는 시간, 집행관 교체도
10채 이상 입찰하는 사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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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액 청구 없다"는 이 제도, 인기 '쑥'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HUG 인수조건변경부 빌라 경매에 참여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수조건변경부 경매란 HUG가 배당금으로 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지 못해도 매수인에게 잔액을 청구하지 않고 임차권등기 말소를 확약해주는 제도다.
HUG는 악성 채권을 털어낼 수 있고, 매수인은 보증금 잔액을 물어줄 의무가 없어 사실상 '윈윈'인 셈이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잘 찾아보면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낙찰 받을 수 있는 물건들도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지역 빌라 물건도 나와 매수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 부동산경매 전문 플랫폼 옥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시에 나온 빌라 경매 건수는 1800여건, 이 가운데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물건은 700여건이다.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관련 물건으로 구성된 것이다. 가장 최근인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관련 경매에도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이날 경매는 통상적인 종료 시간 오후 1시를 넘겨 오후 3시까지 진행됐다.
■부동산 규제 피해 전세사기 물건 산다
이처럼 전세사기 물건에 매수자들의 수요가 쏠리는 이유는 10·15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고 규제가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15 대책은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점이 핵심이다. 해당 지역 아파트 매매자는 취득일로부터 2년 동안 실거주 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반면 빌라의 경우 토허제를 받지 않는 데다, 매수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아파트와 달리 실거주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상당수 전세사기 빌라 금액이 1억~3억원 전후 소액이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 내 대부분 평형 아파트 가격이 10억~20억원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지역 인근 전세사기 물건은 '없어서 못 산다'는 분위기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전,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전 그 지역 빌라를 매수하면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는 잔액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어 낙찰가가 오히려 감정가를 웃도는 경우도 나온다. 황규석 비젼법률경매 대표는 "두 달 사이 인수조건변경으로 낙찰된 빌라만 수백건"이라며 "젊은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부터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부터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파 대부분의 목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 경매. 매수자들이 보증금 잔액을 지불할 의무가 없는 물건들이다. 이날 경매는 통상적인 종료 시간을 2시간이나 훌쩍 넘어 마무리됐다. 변수가 없을 때 경매는 보통 오후 1시에 끝난다.
경매가 지연된 탓에 쉬는 시간 부여, 집행관 교체도 진행됐다. 두 상황 모두 경매에서는 이례적이다. 김주연 비젼법률거래 본부장은 "최근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 인기도가 굉장히 높다"며 "아파트에 쏠렸던 관심이 빌라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인수조건변경 빌라 경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입찰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경매에서 10채가 넘는 입찰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5채를 낙찰 받기도 했다. 경매 업계에서 '사실상 새로운 임대사업 시장이 열렸다'고 한 이유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감정가 1억 넘은 재개발·재건축 빌라도
인기가 가장 많은 물건은 재개발·재건축 빌라다. 수요가 많은 탓에 낙찰가가 감정가를 1억원 이상 넘어선 물건도 있다. 실제 이날 나온 신정동 인근 빌라는 감정가 3억4400만원에 낙찰가 4억6100만원을 기록했다. 입찰한 사람만 14명이다. 반면 외곽에 있는 빌라는 몇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비교적 소액을 투자해서 은행이자 이상의 월세를 받으려는 수요가 여기에 포함된다.
업계는 최근 빌라 물건 가운데 상당수가 인수조건변경 관련 경매의 건으로 구성됐다고 본다. 11일의 경우에도 90% 가량이 해당 방식으로 나왔다. 임차인 대항력이 있는 일반 경매와 달리, 이 조건이 붙은 방식은 낙찰가 외에 매수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알려졌다.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받은 시세 1억원의 빌라를 낙찰 받은 경우 나머지 5000만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HUG는 이 가운데 국세 등 선순위 변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경매) 인기가 조금씩 오르다가 10·15 대책 발표 이후 폭발했다"며 "상대적으로 소액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 명의로 매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기가 가파르게 늘어난 만큼 주의할 점도 있다. 특히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가격이 저렴해 보인다는 점에 현혹돼 위험한 빌라에 성급하게 입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물건들은 1~2개월 이후 재매각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신중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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