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2주만에 시행돼 현장 혼선
실물 메뉴 교체·앱 업데이트 등
내년 6월 계도기간까지 시간 걸릴듯
실물 메뉴 교체·앱 업데이트 등
내년 6월 계도기간까지 시간 걸릴듯
치킨 중량표시제 시행 첫날인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매장 사장 김모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씨 매장뿐 아니라 이날 강남구 일대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5곳을 둘러보니 메뉴에 중량을 표기한 곳은 없었다. 매장뿐 아니라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앱에도 중량표시가 반영된 곳은 찾기 힘들었다.
'치킨 중량표시제' 2주만에 바로 시행
지난 2일 정부의 중량표시제 도입 발표 이후 약 2주 만에 시행된 탓에 일선 치킨매장의 메뉴판이나 배달앱의 정보 업데이트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최근 교촌치킨이 닭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한 '슈링크플레이션'이 이번 규제를 촉발했다. 정부는 교촌치킨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 '메뉴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치킨업계 전반으로 중량표시제를 전격 도입했다.
적용 대상은 BBQ치킨, bhc,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등 상위 10개 치킨 브랜드다. 이 업체들은 매장 및 배달 메뉴판에 조리 전 닭고기 중량을 이날부터 표기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g(그램) 단위로 표기해야 하지만, 조리 특성을 고려해 '10호(951~1050g)'와 같은 육계 호수 표기도 허용된다.
도입 첫날 현장을 둘러보니 제도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내년 6월까지 계도기간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표기를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자사앱에 중량표시를 적용한 뒤 실물 메뉴판 교체, 배달앱 반영 등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규제 시행에 맞춰 자사앱이나 매장 내 QR코드를 통해 중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했다"며 "다만 실물 메뉴판 교체나 배달앱 전면 반영은 제작 및 시스템 연동에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돼 계도기간인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콤보 메뉴, 개수 맞추다 보면 중량 오차 생겨
이번 규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부분육(콤보)' 메뉴의 중량표기가 통일되지 않은 걸 치킨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마리 단위 제품은 육계 호수 기준이 명확해 표기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리나 날개 등 조각 단위로 판매되는 부분육은 개수를 맞추다 보면 중량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치킨 각 조각마다 무게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브랜드별 표기방식은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브랜드별로 조리 개수로 표기하거나 중량 범위를 표시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다. 점주들은 조리 전 부분육 제품의 정량을 맞추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강남의 한 치킨매장 점주는 "콤보 메뉴가 제일 많이 나가는데, 바쁜 주방에서 주문 들어올 때마다 조각 하나하나 저울에 달아가며 튀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다리나 날개는 크기가 다 제각각인데 개수를 맞추면 무게가 다르고, 무게를 맞추면 개수가 달라지니 현장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논의하여 부분육은 개수(조각) 표시가 가능하도록 매뉴얼을 마련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품질과 용량 등의 기본정보 제공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향후 '조리 후 중량표시'로 바뀌기를 바라고 부분육의 중량표시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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