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관세 변덕 속내는 '韓 500조 투자·알래스카 사업 참여' [트럼프 "韓 관세 다시 인상"]

김경민 기자,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7 18:25

수정 2026.01.27 18:25

대미 투자 법제화 요구액 500조
외환보유액 82%로 유동성 좌우
알래스카 LNG사업·무역법 301조
에너지 종속·보복관세 등 우려 산적
美, 관세 변덕 속내는 '韓 500조 투자·알래스카 사업 참여' [트럼프 "韓 관세 다시 인상"]
美, 관세 변덕 속내는 '韓 500조 투자·알래스카 사업 참여' [트럼프 "韓 관세 다시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을 단 두 달 만에 뒤집으며 관세 25% 환원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3가지 치밀한 '독소 청구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 국회의 비준 지연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타국 의회의 판단을 무역합의 이행의 조건으로 삼은 이례적 조치다. 한국의 자산과 에너지, 정책 주권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묶어두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 빼먹는 '현금 인출기'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즉각 낮췄는데 왜 한국 국회는 약속한 대미 투자법을 처리하지 않느냐"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핵심은 3500억달러(약 508조원) 규모의 자본을 미국 내 전략 산업에 강제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280억5000만달러)의 약 82%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핵심은 자금의 고정성이다. 일반적인 해외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을 회수하거나 재배치할 수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방식은 소형모듈원전(SMR), 반도체 등 특정 공급망에 자본을 장기 상주시켜 유동성을 사실상 흡수하는 구조다.

■사업성 모르는 알래스카 LNG

특히 이 구상을 국회 비준을 거친 법률로 확정하라고 요구한 점이 문제로 언급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하려는 '자본 대못 박기'의 정지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간 양해각서(MOU)나 정책 합의는 정권 교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법률로 고정될 경우 정책 선택의 유연성이 크게 줄어든다. 위기 시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이 장기 투자 형태로 묶일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 능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 완화를 지렛대 삼아 사업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높은 개발·운송 비용 탓에 국제 시장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은 아직 사업타당성도 나오지 않은 미검증 프로젝트를 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한국을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이 청구서가 수용될 경우 한국은 경제성이 불투명한 미 에너지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 향후 수십년간 특정 공급원에 에너지를 종속시켜야 될 가능성이 있다.

■쿠팡發 '무역법 301조' 보복 칼날

가장 날카로운 위협은 한국의 정책 주권을 정조준한 '무역법 301조'다. 최근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추진과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며 미 정부에 청원을 제기했고, 이를 근거로 301조 조사가 공식 거론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때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수단이다.
미국은 이를 명분 삼아 한국의 독자적인 디지털 규제와 공정 경쟁, 소비자보호 정책 전반을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입법·사법적 행위조차 미국의 통상 압박하에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 때는 인센티브로 (해외 기업들을) 데려오려 했다면 지금의 트럼프 정부는 협박을 해서 데려오는 방식"이라며 "이것이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걸 미국이 알게 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홍채완 기자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