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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길까, 시장이 이길까… 전세계 다주택자 잔혹사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8:25

수정 2026.02.08 18:25

징벌적 과세의 압박
싱가포르서 2주택자되면 인지세 20%
3주택자부터는 30%… 투기 자본의 무덤
영국은 할증률 3%p→ 5%p로 전격 인상
구간별 누진 세율에 할증 더해 최고 17%
규제 만능주의 함정
독일, 임대료 상한제 후폭풍 현재도 계속
베를린 등 대도시 신규공급 턱없이 부족
OECD, 공급 없는 다주택자 규제에 경고
"민간 임대시장 가용물량 줄어들 수밖에"
정부가 이길까, 시장이 이길까… 전세계 다주택자 잔혹사 [글로벌 리포트]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의 상징으로 내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에 종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정부가 퇴로 없는 규제 의지를 천명하자 시장은 절세 급매와 증여 버티기가 교차하는 폭풍 전야에 놓였다.

고개를 들어 국경 밖을 보면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지금 전 세계는 주거 문제를 단순한 수급의 논리가 아닌 사회 체제 안정을 위한 '지경학적 안보'의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30% 내국인 추가취득세부터 영국의 다주택자 인지세 할증까지, 다수의 정부가 자국민 다주택자라는 거대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 사활을 건 세금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다주택자를 시장의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자산 증식 수단으로써 주택 보유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도시가 공유하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본지는 2026년 전 세계 부동산 규제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기록을 통해 우리 정책이 마주할 미래를 추적했다.

■싱가포르, 다주택자 '수익 0'의 시대

다주택자를 향한 징벌적 과세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자처하는 싱가포르는 투기 자본의 무덤이 됐다. 8일 싱가포르 조세국(IRAS)의 2월 최신 지표에 따르면 자국민이 두번째 주택을 매수할 때 부과되는 추가구매자 인지세(ABSD)는 20%, 세번째 주택부터는 30%에 달한다. 특히 10억원 상당의 주택을 추가로 살 때에는 취득 단계에서만 최대 3억원을 세금으로 선제 환수당할 정도다.

싱가포르 모델의 정교함은 거주 형태에 따른 차등 지원에 있다. 싱가포르 재무부(MOF)에에 따르면 정부는 일회성 재산세 환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모든 자가 거주 주거용 부동산 소유자에 한해 공영주택은 15%, 민간 주택은 10%(최대 500싱가포르달러 상한)의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주목할 점은 이 혜택의 기준이 소유 주택 수가 아닌 실제 거주 여부라는 점이다. 다주택자라 할지라도 본인이 거주하는 1채에 대해서는 감면을 받지만 임차를 준 나머지 투자용 주택은 리베이트 대상에서 제외된다. 투자용 주택에는 고율의 보유세를 매기면서 감면 혜택은 실거주용으로만 한정해 다주택 보유에 따른 유지 비용 부담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부동산연구소는 "투자용 주택에 대한 세제 지원 배제는 다주택 보유의 기대 수익률을 사실상 정부가 조세로 흡수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영국, 17% 징벌적 허들과 매물 실종

영국은 내국인 다주택자를 압박했을 때 나타나는 시장의 저항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 2024년 10월 말을 기점으로 추가 주택 구매 시 적용되는 인지세(SDLT) 할증률을 기존 3%p에서 5%p로 전격 인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영국은 추가 주택을 구매할 경우 과세 구간별 누진 세율에 할증이 더해져 최고 17%의 징벌적 세율을 적용받는다. 여기에 5월 1일 시행 예정인 임차인 권리법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는 퇴거를 금지하는 이 법안과 고율의 세금이 겹치자 임대인들이 대거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의 올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전체 민간 임대료는 연간 약 4.0%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런던정경대(LSE) 경제성과연구소(CEP)의 크리스티안 힐버 교수는 "영국 주택 위기의 본질은 공급 부족에 있다"며 "임대인에 대한 징벌적 세제가 공급망을 위축시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규제가 망친 공급망 교훈

독일 베를린은 규제 만능주의가 남긴 상흔을 보여주는 대포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1년 위헌 판결로 사라진 임대료 상한제의 후폭풍은 현재까지도 베를린 주택 시장의 공급 지체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대도시의 신규 주택 건설 프로젝트는 고금리와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자 민간 건설사와 다주택 자본이 베를린을 떠났고, 이는 신규 주택 가격이 지역별 수급 불균형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럽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번 무너진 건설 생태계는 규제를 풀어도 정책 불확실성 탓에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규제가 수급 법칙을 무시했을 때 공급망 자체가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규제로 빠진 곳은 공공 물량이 채워야

각국의 강력한 다주택자 규제는 자본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녀 명의를 빌린 신탁 구매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이에 대해서도 65%의 즉각적인 ABSD를 부과했다. 영국에서도 개인 임대인들이 법인으로 전환해 주택을 관리하며 비용 처리를 하는 우회로를 찾고 있으나 올해 영국 국세청(HMRC)은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해서도 연간 보유세를 강화하며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부동산이 더 이상 투자 자산이 아닌 사회적 공공재로 인식되면서 다주택 자본에 대한 적대적 환경은 현재 전 세계적인 기류가 됐다"며 "자본은 이제 규제가 덜한 신흥 시장이나 리츠(REITs) 등 간접 투자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 중 하나로 주거용 투자 위축을 꼽았다. 고금리와 세제 압박이 건설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주택 가격 보고서를 통해 "공급 대책이 동반되지 않은 다주택자 규제는 민간 임대 시장의 가용 물량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도심 내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청년층의 이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부동산 전쟁은 '얼마나 규제하느냐'가 아니라 '공공이 민간의 공백을 얼마나 빨리 대체하느냐'의 속도전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의 성공이 규제 수익을 공공 공급으로 즉각 전환한 구조에 기반했듯, 민간 공급의 퇴장을 공공의 압도적 물량으로 상쇄하지 못하는 도시는 수년 내 '공급 절벽'이라는 거대한 청구서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글로벌 시장의 공통된 경고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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